안다는 것

by 바라기

'아빠! 차 조심해!'


2박 3일 강원도 태백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200km, 편도로 3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길, 지칠 대로 지친 둘째의 강성 울음이 시작됐다.

배가 고픈가 싶어 갓길에 차를 세우고 분유를 먹여보려고 했지만 화만 더 나게 만들 뿐이었다.

피곤한 첫째 역시 둘째의 울음소리를 참지 못하고 시끄럽다며 칭얼거리다 지쳐 잠들었다.

근처 휴게소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과 각종 젤리와 껌을 사서 다시 출발했다.


다행인 걸까. 30분을 울다 둘째가 잠들었다.

겨우 잠을 청한 둘째를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2시간 30분을 쉬지 않고 달렸다.


도착하니 저녁 9시.

아이들을 빠르게 씻기고 잠시 거실에 풀어둔 후 늦은 저녁을 준비했다.

첫째 밥을 하면서 둘째 젖병도 씻고 동시에 짐도 빠르게 풀고 싶어서 바쁘게 움직였다.


첫째는 몸은 피곤했지만 입은 피곤하지 않은지 계속 말을 했다.

경험해 봤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말도 내 몸이 피곤하면 그저 소음처럼 들리는 것을.

그래도 끝까지 짜증 내지 않고 대답해 줬다.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고 잠시 짐을 가지러 내려간다고 말했다.

그러자 어김없이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어쩌고 저쩌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살짝 짜증이 올라오려고 했지만, 꾹꾹 누르며


'뭐라고? 아빠 잠깐 짐 가지러 내려갔다 온다니까.'


그러자 아이가 다시 말했다.


'아빠! 차 조심해!'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저 주차장에 가는 일이었다.

어른인 나에겐 특별히 위험할 것도 조심할 것도 없는 그저 단순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직 달리는 차가 무서운 6살 아이에게는 혹시나 아빠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됐나 보다.

알겠다고 답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미안함을 느꼈다.


어쩌면 별로 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아이의 행동과 말을 끊고 재단하지는 않았을까.

내가 아까 짜증을 누르지 않고 화를 냈다면, 아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도 놓치고 아이의 마음에는 상처를 내지 않았을까.


이미 지나온 시간, 이미 겪어본 감정, 이미 자주 여러 번 들은 말이라고, 내가 다 안다고 아이의 삶과 마음과 말과 행동을 그저 넘겨짚으려고 하지는 않았을까.


작은 아기일 때만 사랑스러운 게 아니라 이렇게 커서 사랑스럽고 저렇게 커서 사랑스럽고, 때론 서로하는 실랑이조차도 귀하게 여겨야 하는 게 아닐까.


안다고, 좀 더 살았다고, 작고 어린 영혼을 너무 쉽게 대하지 말자.

내게 온 귀한 사람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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