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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19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대안 영화의 향연

8월 19일 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을 다녀왔다. 아침 10시 반부터 밤 9시 반까지 하루 종일 전시와 영화를 보기 위해 홍대 주변을 돌아다녔다.


단편까지 합해서 10편 넘는 영화들을 볼 수 있었다. 재밌는 영화들보다는 인상 깊은 영화들이 많았던 것 같다.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난해한 영화도 몇몇 있어서 힘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대안영화제답게 새로운 편집 방식과 형식으로 구성된 영화들이 많았다. 


파편들 (PPD)


독특한 구성의 영화로서 한국 구애전 단편: 뉴장르1 의 파편들(PPD) 라는 영화가 생각이 난다. 이 영화는 사진 또는 브이로그 형식의 영상들과 함께 주인공의 대사가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검은 화면에 짤막한 사진과 영상을 이어붙이는 게 전부긴 하지만, 영화가 가진 흡입력은 대사(자막) 때문에 꽤 여운이 남는 것 같다.


영화 파편들은 VLOG (블로그와 영상매체의 혼합) 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지를 그려낸 영화이다. 아니 영화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 작품 또는 전시에 가까웠다. 또 감독님께서 직접 블로그를 하면서 지나치게 일상을 공유하는 젊은 세대들의 문화에 거부감과 호기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 것도 신선했다.


순식간에 지나간 단편영화라 자세한 대사는 기억이 안 났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또 보고싶다. ) 죽은 사람을 생각하는 것보다, 오늘 아침 거울에 비친 내 창백한 모습이 더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는 대사가 현실적으로 정말 와 닿았던 것 같다. 자신이 벌레보다 못한 존재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과 삶에 대한 허무함,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여러번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그러한 허무함을 뚫고 살아내는 것이 하나의 기적이자 지금의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는 대사에서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Love Letter 


또 하나 의외로 기억에 남는 영화 중에 하나는 Love letter 라는 영화이다.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죽게되는 결말이 싫었던 한 팬과 만화제작자가 편지를 주고받는 스토리로,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주제이기도 한 것 같다. 팬은 만화 캐릭터를 사람 이상으로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제작자는 그 캐릭터를 그저 픽셀 단위로 이루어진 이미지에 불과하다며, 그의 죽음은 스토리 전개상 어쩔 수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단순히 편지를 주고 받으며 읽는 형식으로 영화가 전개되지만, 나름 재밌는 주제였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나는 어디쪽에 (원작자, 팬) 가까운 건지 고민해봤고, 가상의 캐릭터에게 몰입하는 이들을 이해하고 존중해줄 수 있는지도 생각해본 것 같다. 나와 함께 영화를 본 지인은 그것이 하나의 '성 정체성' 같다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 것도 새롭게 느껴졌다.


이미지의 헌팅 


유일하게 봤던 전시 영상이다. 영화 제작자가 직접 겪은 몰카 범죄와 그에 따른 허술한 대응책을 다큐 형식으로 보여주는데, 꽤나 충격적이었다. 제목(이미지의 헌팅)과 같이 몰카로 찍힌 피해자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형되고 이용되는 가를 잘 보여주고, 빼앗긴 자신의 이미지를 되찾는 데 얼마나 고된 노력이 필요한지 실감하게 되는 영화였다. 성범죄로 인한 피해와 해결은 피해자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것들이라는 게  현실적이고 안타까웠다. 결과적으로 빼앗긴 이미지는 다시 찾기 힘들었고, 거리로 나선 여성들의 시위 현장과 함께 영화가 마무리가 되는 데, 사실상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최후 수단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 초반에 봤던 DAS DING 이라는 단편 영화와도 다른의미로 이미지의 헌팅과 연관 시킬 수 있었다. DAS DING 이란 영화는 땅바닥에 누워있는 노숙자의 모습을 계속해서 줌인(Zoom-in)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데, 오히려 이런 영화 제작자가 노숙자의 권리(촬영되지  않을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점에서 이미지를 빼앗는 행위(이미지 헌팅)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젠더 X 국가전


저녁 시간대에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그만큼 이번 네마프 2019 주제에 적합한 영화들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영화 상영 이후 게스트 토크(감독 인터뷰)가 있어서 더더욱 알찬 시간이었다. 4개의 단편 영화 모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고, 감독님들 대부분이 2,30대라서 그런지 관객들의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 내신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그중에 핑크페미란 영화가 가장 좋았다.


핑크페미


여성인권 운동을 하는 페미니스트 어머니를 둔 딸이 제작한 다큐 형식의 영화였다. 중간중간 여러 재미요소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페미니스트인 어머니와 그 영향을 이어 받은 딸의 이야기가 접목된 것이 정말 신선했다. 여성스러움의 상징인 핑크는 어릴적 페미니스트인 엄마 때문에 일부로 가지게 된 딸의 강제적인 취향이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정말 그 핑크라는 색이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개성)이 되었다는 게 참 재밌었다.

그리고 감독의 어머니가 여성 인권 운동을 하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 분의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서 인권을 위해 몸 바치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지 조금은 간접 경험을 한 것 같다. 어느 순간 무서워져서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고, 여성으로서 겪은 여러 차별들을 이겨낸 순간까지. 그분의 인터뷰 장면은 볼 때마다 감동적이었던 것 같았다.


마무리


그 밖에도 <한국인을 관두는 법>,<저항하는 파라다이스>,<비잉휴먼>,<르모> 등등을 통해서 기존의 영화의 틀을 벗어난 영화들을 접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제가 시간이 지나고도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지라, 앞으로도 영화관에서 이런 대안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주제(젠더)에 맞는 영화들은 생각보다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다음부턴 영화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으면 한다. 이 부분 빼고는 다 괜찮았던 페스티벌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페스티벌도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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