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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연극 메이크업 투 웨이크업2 [공연]

미모는 정말 나의 무기?


친구랑 공연 티켓 사진을 찍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근데 표지 뒤에 있는 검은 건 뭘까?" 

글쎄... 괴물 같이 생기긴 했는데. 무슨 의미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다소 어두웠던 극 분위기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중간중간 웃긴 포인트가 있었으나 쉽게 웃지 못했다. 

피식하다가도 이런 농담들을 당연하고 익숙하게 여기는 나 자신이 안타까웠다. 


스토리는 이러하다. 도시에 유행을 따르지 않거나 꾸미지 않는 여성들이 실종되는 '하인드비하인드' 사건이 발생한다. 이곳의 많은 여성들은 일상 속에서 강제적인 아름다움을 마주할 때 오한을 느끼고, 두통에 시달린다. 이미 미(美)라는 것은 이미 공포의 대상이 된지 오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게다가 이 사건은 또 '뷰티 열풍' 운동으로 이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아름다움을 위해 더더욱 몸부림치게 된다. 


저기요! 지금 바른 립스틱 색깔 안 어울려요, 팔꿈치에 떼가 있어요, 종아리 알이 너무 두꺼워요, 어깨가 너무 넓어요, 목이랑 얼굴 색깔 달라요, 다리가 너무 짧아요.  조심하세요!  -극 대사 中-


세상에. 거의 다 한 번쯤 고민해 봤던 것들이었다. 많은 분들이 (주로 여성분들이었다) 웃으시고 공감할 만한 대사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지적을 당하기도 했고,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자책한 것일 수도 있다.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우린 무엇을 위해 아름다워지려고 하는 걸까?


사실 부정하고 싶지만, 예쁜 외모에서 얻게 되는 이득과 자아도취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할 것이다. 극에서도 마찬가지일 테고. 



꾸미고 예뻐진 자신의 얼굴을 봤을 때, 주변 이성들의 주목을 한눈에 받고, 

예쁜 외모로 이득을 볼 때 그녀들은 그것을 '권력'이라고 칭한다. 


지우면 사라지는 것, 먹으면 다시 찌는 것,

시간 지나면 퇴색되는 것들

우리는 과연 이것을 권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등장인물들은 끝없이 자신의 몸을 체크한다. 고요하고 어두운 공간 속에서 두 여자들은 옷을 입었다가 벗었다가 한다. 손가락으로 잡히는 살은 한 번 더 유심히 보고, 예쁜 몸매를 위해 운동도 하고, 하루 종일 굶어서 힘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극 중 1/3 은 여자들이 홀로 사투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당연히 내 마음도 무거웠다. 저게 사실 내 모습인데, 어떻게든 외적으로 잘 보이려고 아등바등. 시간을 투자해 화장 연습을 하고, 살쪘다는 말에 그 다음날 바로 두 끼를 굶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일 텐데.



하인드 비하인드 사건에서 이어진 뷰티 운동의 결말도 당연히 씁쓸했다. 그것은 단순한 상업주의의 결과물이었고, 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났다. 


그 후 극의 마지막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주인공들은 불편하고 무거운 옷들에서 벗어나 편한 복장으로 무대를 뛰어다닌다.  두 개의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위에 비추는 데, 주인공들이 그 스포트라이트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극이 마무리가 된다. 주목받는 곳에서 아예 벗어나는 게 아니라,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다.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잠깐 서보기도 하고, 저 구석진 곳으로 뛰어가기도 하는 그녀들 얼굴은 웃고 있었다. 더 이상 그녀들에게 1순위는 외모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마 지금 이 현실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모지상주의로 고통받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를 입는 동시에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를 공격하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그게 잘못 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게 일상적인 것처럼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또 상처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오랫동안 뿌리 내려온 이 익숙함을 떨쳐낼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사진 출처: c황 가림

#아트인사이트 #리뷰 #문화예술은소통이다 #메이크업_투_웨이크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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