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아 Apr 04. 2024

나이듦을 체감하는 순간

아침에 머리를 말리다가 너무 고온으로 장시간 방치했던지, 머리카락이 꺼끌꺼끌한 느낌이어서 계속 만지고 있었다. 머릿결이 상하지 않았다면 계속 손가락으로 빗질을 해주면 정돈이 어느정도 되는데, 그러지 않고 빗자루 같은 느낌이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봤다. 심하게 엉킨 부분은 없었지만, 아마 염색을 하면서 머릿결이 조금 상한거 같았다.


그렇다면 염색을 안하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개인의 피부톤에 따라 어울리는 머리색이 있기 마련이다. 원래는 짙은 검은색의 머리였는데, 약간 애쉬브라운이 잘 받는거 같아서 미용실에 3개월 쯤 전에 다녀온 것이다. 하고 난 뒤의 머리색은 '이게 뭐야 염색한거야?' 할만큼 원래의 검은 머리색때문에 별 차이가 안나는 것 같아 보았지만 원장은 시간이 지나면 밝아진다고 했다.


아무튼 사진을 찍어도 눈으로 보이는 차이는 별로 없길래, 거울에 비춰보며 머리카락을 점검하고 있었다. 하지만 충격적이게도 새치가 하나 보이는 것이었다. 앞부분이나 정수리 부분은 보이니까 뽑거나 가위로 짧게 정리하는데 뒷모습은 내가 볼 수 없어서 정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도 이제 30대구나'하는 감정은 첫 새치가 나올때 체념하듯 받아들였지만, 이제 점점 더 나기 시작할 거란걸 부인할 순 없었다. 다른 사람에 비해 흰머리가 많은것도 아니면서 타인의 아픔보다 내 손가락 아픈게 더 아프다고 마치 그것이었다.


머리카락 한올이 소중해서 가위로 짧게 자를까 하다가 뽑아 버렸다. 어두운 색 종이에 비춰보니 하얀 머리카락은 종이위에 힘없이 늘어져 있었다. 늙는게 싫지만 어느새 늘어가는 눈가 주름도, 팔자주름은 계속해서 신경이 쓰인다. 늙지 않으려고 하는 피부시술들은 소용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늘같은 날이면 약간 서글퍼지고 만다. 이러다가 50대가 되면 안면거상술 한다고 난리치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엄청 아프다고 하던데..


작가의 이전글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