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좋아서, 그와 같고 싶었다

by 강아

그가 출근하는 시간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과는 다르기 때문에 3시경에 집을 나선다고 했다. 어느날은 그가 집에 돌아왔는데 와이프가 물었다

“어떤 분이 자기 이야기를 묻는거야 혹시 직업이 뭐냐고"

"그래서?"

"학원다닌다고 했더니 와하하 웃으면서 어디 나이트 클럽 다니는 사람인줄 알았대"

이야기를 해주는 선생님의 모습은 자조적인 모습과 닮아 있었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 안의 왠지 모를 쓸쓸함이 담겨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었다. 당시 많은 직업인을 직접 볼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그런 소명의식이 담긴 그의 모습은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는 수업을 준비함에 있어 철저했기 때문에 나 뿐만 아니라 언니오빠들의 지지를 받았다. 모든 수업을 완벽하게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그처럼 준비하는 사람을 보지 못해서 그가 더 좋아졌다. 나도 그처럼 꾸밈없이 담백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를 닮아갔다.


과제가 있으면 해당내용을 무조건 했다. 그리고 틀린게 있으면 다시는 틀리지 않으려고 반복했다. 이런 경험들은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됐다. 어떤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준비과정이 결과보다 90의 비중이라는 걸 그때 알게 됐다. 내가 학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교무실을 가는 일이었다. 그의 의자에 외투가 걸려있는 걸 보면 안도했다. 하루는 선생님이 화가 나 있었다.


그는 어떤 오빠를 교무실에 앉히고 혼내고 있었다. 마침 난 교무실에 있었는게 그가 날 불렀다.

"이거 어떻게 푸는지 아니? 풀어볼래?"

그건 저번주쯤에 선생님이 알려준 것이었기에 나는 화이트칠판에 판서를 시작했다.

"그래 이거잖아. 근데 넌 이거 왜 몰라? 중학생도 아는거야."

그러면서 그 오빠의 자존심을 뭉개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보기엔 너무 폭력적이었지만, 당사자는 묵묵히 감내할 뿐이었다. 난 고등학생을 이겼다는 알량한 자존심과, 내가 그 입장이었으면 느꼈을 창피함이 공존했다.


그럴수록 그가 좋았다. 그의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 작은 선물도 소중히 여기는 태도, 아직 어린 존재인 나를 귀중하게 대해주는 것들 모든게 그를 규정했다. 그가 좋아서, 그와 같고 싶었다. 그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서, 하루는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외출복인 남색에 성긴 화이트체크가 그려져있는 플레어원피스를 입고 학원에 갔다. 마침 복도에서 마주친 그는 나를 교무실에 데리고 가 다른 선생들에게 "오늘 숙녀같죠"라고 공표했다. 그걸 들은 내 귀는 붉어졌지만, 인정받는거 같아서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