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요양원에 가는 날이었다. 모셔다 드리기 위해 어머니를 터미널로 오라고 했다.
"10시 20분쯤 도착할 거 같아"
그래서 시간 맞춰 터미널로 갔더니 전화가 왔다.
"근데 이거 왜 다른 길로 가지?"
"어디신데요"
"옥산"
"알겠어요"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지만 12시 약속시간에 늦지는 않을 거 같아서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자고 속으로 생각했다. 예전에 어머니께 감정을 내뱉었다가 후회했기 때문이다.
터미널 주차장은 항상 자리가 없어서 불법주차하고 있는 중이었다. 빵집에 가서 선물을 좀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보고 싶던 빵집이 있었는데 왕복하면 늦을 거 같아서 주변의 빵집으로 갔다. 사장은 일본 제과학원을 나왔다고 해서 샌드위치와 바닐라빈이 들어간 라테를 시켰다. 빵은 딱딱했다. 그만한 가치는 막상 못 느꼈다. 비가 오면 따듯한 게 먹고 싶어 진다.
샌드위치 한 개를 미처 못 먹었다. 포장한 빵을 들고 어머니를 픽업하러 갔다. 불법주차를 하고 있으니 버스정류장으로 나오라고 했더니 어머니는 뒷문을 화들짝 열었다. 그리고 트렁크를 던져 넣듯이 하고 문을 닫는데 제대로 넣지 않아 문이 트렁크에 긁히는 소리가 났다.
"살살 닫으세요. 차문 부서지겠어요"
"알았어"
라며 어머니는 탔다.
"아니 차가 평소 가던 길이 아니고 다른 길로 가는 거야"
"기사한테 물어보지 그랬어요"
"자리가 뒤쪽이라서"
"그럼 내릴 때 물어보면 되잖아요"
"내릴 땐 기사가 없었어"
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애 같아진다던데, 어머니는 가끔 퇴행하는 것 같았다. 가는 길에 숙모한테 전화가 왔다.
"영이가 할머니 보러 잠깐 들를 거야. 오늘 상견례가 있어서 얼굴만 비추고 갈 거다."
"알겠어요"
친척동생은 나와 같은 모델의 차종을 색깔만 다른 걸 타고 왔다.
가는 길에 어머니는 죽은 구피 이야기를 했다.
"구피가 왜 죽었을까"
"글쎄요. 한번 돌을 깔아주었는데 그것 때문인 거 같아요."
"예전에 집에서 키우던 물고기도 어느 날 갑자기 죽었어. 환경이 바뀌면 그런 거 같더라."
구피가 죽었을 때 잠깐 슬펐지만 생물은 언젠가는 죽는 것이었다. 나는 구피를 쓰레기봉투에 버렸었다.
"할머니랑 점심 먹어야 하는데 뭘 먹을까?"
"글쎄요"
"해물탕 같은 거 어때?"
"좋아요"
비 오는 거리를 운전했다. 라디오에서는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날씨 때문인지 바흐를 틀어주었다.
"얼마 전에 곡우였잖니. 곡식이 자라기 위해 비가 오는 날."
어머니는 정월대보름이나, 동짓날과 같은 날을 챙기곤 하는 사람이었다.
가다 보니 입구에 들어섰다. 항상 가는 길인데 비포장길이라 항상 헷갈렸다. 도착해서 벨을 누르니 할머니가 나왔다. 할머니는 그 시간만을 기다린 것처럼 버선발로 나왔다. 할머니랑은 해물칼국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친척동생도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 그가 타고 온 차는 나와 모델이 같고 색깔만 검은색이었다.
"걔 차 큰 거 같은데"
"같은 거예요"
친척동생은 할머니에게 안부를 전하고 상견례장소로 떠났다. 난 할머니를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가까운 곳을 찾으니 읍에 있는 식당이라 마치 시골에 간 거 같았다. 주차자리가 마땅치 않아 옆의 공터에 대고 들어갔다.
식당은 사람이 꽤 있었다. 비 오는 날이라 그런 것 같았다.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막상 어머니가 화장실에 가자 할머니랑 할 말이 없었다. 멀뚱하게 있다가 "할머니, 원봉리 다시 가고 싶어?"라고 하니 "응"이라고 했다. 요양원 생활이 별로 재미가 없는 것 같았다. 하긴 밥도 급식 같고 소일거리가 없이 주어진 활동을 해야 하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 무료할 것 같았다.
음식이 나오자 할머니는 곧잘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바지락과 동죽이 많이 들어있었다. 어머니는 살을 발라 할머니께 주었다. 할머니는 새처럼 받아먹었다. 생각보다 식욕이 있어 두 그릇을 드셨다. 단톡방에 사진을 올렸더니 이모는 "할머니 표정이 어둡네"라고 했다.
할머니를 요양원에 데려다 드리면서 "할머니 드라이브 갈까?" 했더니 할머니는 안 간다고 했다. "상견례는?" 자꾸 묻는 걸 보니 할머니도 가고 싶은 거 같았다. 숙모한테 "할머니도 가야 해요?"라고 물으니 안 가도 된다고 했다. 도착해서 요양사에게 "빵이에요. 직원분들끼리 드시라고 샀어요"라고 건넸다. 할머니는 힘없이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를 터미널에 데려다 드렸다. 예전에 앞에서 비상깜빡이를 켜고 내려드렸더니 장소를 못 찾아서 이번엔 버스 앞까지 모셔다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차를 하려면 주차타운의 끝없는 미로를 올라가야 했다. 어머니는 끝없이 올라가는 주차타워를 "달팽이 같네" 라며 미안한 듯 말했다. 결국 꼭대기층까지 올라가 주차를 하고 트렁크를 챙겨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트렁크를 힘겹게 끌고 가는 어머니를 멍하니 보다가 "제가 들게요"라고 빼앗았다. 어머니는 순순히 트렁크를 내게 내주었다.
매표소에서 "경부요"라고 하자 직원은 바로 5분 뒤의 버스표를 끊어 주었다.
"오늘 수고했어"
라고 어머니는 차에 올라탔다. 트렁크를 버스하부에 실었다. 나는 어머니를 보려고 했지만 창문이 선팅 되어 보이지 않았다. 가는 걸 보려고 했는데 30초 있다가 나는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난 숙모가 할머니를 모시는 것의 발끝이라도 좇을 수 있을까? 내게 시어머니가 생긴다면 그렇게 모실 수 있을까. 난 잠깐 보는 거지만 하루종일 케어하는 그네를 엄두조차 못 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