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기억하지 않는 편이 나아

by 강아

지방에 와서 차가 없을 때는 맛집을 찾아다니지 못했다. 그러다 차가 생기고 삶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취미는 맘카페 인기글 추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인데 일반 블로그에서 홍보하는 데는 신뢰성이 부족한데 맘카페는 믿거나 말거나 한번 가보면 성과가 괜찮았다.


지방이 좋은 점은 주차가 편하다는 점이다. 서울에 차를 가지고 가서 사악한 주차비와 교통체증에 학을 뗀 적이 있는데 여긴 고객확보를 위해 맛집 같은 경우 주차장을 자체 구비한 경우도 많고 아니면 미리 전화를 하면 주차할 곳을 알려준다. 그래서 초보운전자도 잘 갈 수 있다. 물론 서울이 맛집 측면에선 월등하게 많겠지만 지방에서는 노포들을 잘 찾으면 꽤 만족할만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여기는 1인고객도 앉을 수 있도록 다찌가 있어서 일단 합격이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게 선반에 김훈의 '풍경과 상처'가 있었다. 완벽했다. 그리고 사장님이 나긋나긋하게 주문을 받았다. '어서 오세요~몇 분이세요' '한 명이요' '메뉴는 빌지에 표시해 주세요'


세트를 시켰더니 '가락국수 먼저 드릴게요' 하고 나왔는데 온도가 미지근하지 않고 뜨끈해서 좋았다. 먹고 날 때쯤엔 초밥이 6점 나왔는데 계란에 가쓰오부시맛도 잘 느껴지고 밥이 따듯하게 초로 버무려져 있었다. 네타에 발라진 소스도 좋았고 입안에 넣었을 때 재료랑 밥알이 부드럽게 섞였다.


나갈 때 '어휴 저는 이거 못 읽겠던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이해가 돼요?'라고 묻길래 '네'라고 빌려왔지만 이 채은 한국 유명 여행지를 풀어쓴 거라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도서관에서 읽었으면 더 잘 읽혔겠지만 혼자 먹는 밥에 위안이 되었다. 사장님은 오마카세를 하며 고위층을 상대하다 그 일이 피곤해져서 초밥집을 차렸다고 했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취향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제는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나도 기억하고 싶은 것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더 많아져 간다. 기억하지 않으리라는 사장님은 다음에 다시 방문했을 때 나를 기억하는 눈치였지만 나를 아는 체 하지 않았다. 나 또한 조용히 밥을 먹고 나와서 더 마음에 드는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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