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하며 내가 먼저 말거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예전에는 보고도 먼저 하곤 했는데 요샌 물어보면 답한다. 동료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진 않고 물으면 답한다. 예전엔 타인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를 생각했는데 요샌 그런건 안한다.
그렇지만 독서모임에서는 달변가에 먼저 말하고 싶어 전전긍긍하게 된다. 겉으로는 상대방의 말이 끊기고 2초 뒤에 말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음 이걸 말해야겠군' 착착 정리가 끝난 후다.
얼마전에는 가장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사실 그 책은 열번이 넘게 읽었기도 했고 청소년기부터 읽어서 애착이 많이 가는 책이었다. 그 책이 주제라고 하니 평소 약속을 하고, 그걸 나가려고 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인 나는, 역시 당일이 되자 약간 가는게 귀찮았지만 어느새 발걸음은 약속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사실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어떤 주제로 이야기할지 먼저 생각하고 나가는 스타일인 나는 막상 가면서도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지' 하는 부담감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도 책이라는 주제에선 그런 부담감이 덜 작용한다.
발제는 등장인물 중 누가 마음이 쓰이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가사와가 눈에 밟혔다. 그는 금수저에 능력도 출중해서 어렵다는 시험도 딱 합격하고 마는 엘리트다. 현실 세계에서도 태어나면서부터 부유하게 원하지 않아도 상황이 본인에게 다 유리하게 작용하는 그런 사람은 있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예전에는 그런 사람이 마냥 부러웠다면 지금은 그런 사람조차 결핍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타인을 연민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모두가 마음 한켠엔 상처 하나쯤은 갖고 살아가는 존재. 라고 생각하면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대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