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안되네

by 강아

언제까지 나보다 잘난 것 없는 상사 밑에서 일할 자신이 없었다. 능력보단 연줄로 승진되는 행태를 볼 때마다, 이런건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겠단 생각도 있었다. 10년 뒤를 생각해봤을 때 여전히 회사에 젖은 휴지처럼 붙어있는 내가 될 것 같아 두려웠다. 남들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때 회사를 욕하며 그러면서도 나가지 못하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창업을 준비했다. 아이템은 회사내에서 일하던 아이템으로 잡고 작년에는 사업계획서를 썼다. 작년엔 선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땐 큰 타격이 없었다. 성의없이 쓴게 내 자신에게도 보였기 때문이다. 급조해서 만든 자료는 당연히 선정되지 않았고, 그때만 해도 다시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사업계획서 쓰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예산 부분의 작성이 어려워서 들은 수업이었고, 케이스스터디와 수업 뒷부분에 이어 내 아이템을 적어보는 시간은 분명 도움이 되었다. 퇴근하고 교육을 들으러 갈때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한데 쨀까’라는 생각이 없었던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했다.


강의를 다 들은 다음에는, 창업자와의 밋업 프로그램에 나갔다. 이것도 처음에는 떨어졌는데,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관련 온라인 교육을 들으며 계획서를 정비하자 2번째에는 됐다. 막상 선정이 되었지만, 나가는 당일에는 ‘가서 시간을 버리고 오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우였다. 창업자들의 표정은 회사에서 볼 수 없었던 빛을 띄고 있었고, 그들이 해주는 조언 또한 내 사업계획에 도움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어떤 기관에 지원해서 선정 확률이 높은지, 연계 기관은 어떻게 컨택하는지 까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해당 행사까지 참여하고 난 다음엔, 정말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계획안을 완성한다음, 앞서 강의를 들었던 선생님께 피드백까지 들으니 ‘이번엔 정말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겐 회사에서 얻은 전문가 풀도 있었고, 도움을 청하면 손을 내밀어줄 지인도 있었다. 사업계획서를 낸 다음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이번엔 될 거라는 기대감. 서류에 합격하면 내야 할 피티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창업을 하게 됨으로써 회사에 낼 사직서까지 생각하며 설레발을 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안될 수도 있단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될 거 같기도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서류에 파묻혀 일하고 있었다. 서류평가 결과를 이메일로 발송했다는 문자를 받으니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선정되었다면 문자로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보낸다는 것도 은연중에 알았다.


‘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류평가에서 미선정 되었음을 안내드립니다.’

그동안 겪어왔던 수많은 서류미선발 안내 문자, 최종면접 탈락 문자, 미선발, 미선발.. 이 전광석화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겪어왔던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는 적응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될 수도 있을거 같았는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던가. 오늘도 퇴근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가는 교육같은 것들이, 순간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