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근하고 생각이 정리가 안되면 집 앞 카페에 온다. 집 앞 카페라고 해서 걸어갈 수 없는 거리는 아니라서 차를 끌고 온다. 운전하면 1분 정도 걸린다. 처음 이 카페를 알게 된 건 1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와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새로운 카페를 탐험하는 걸 좋아했지만 그게 최근 조금 시들해지기도 했을뿐더러 항상 바쁜 나는 '어딘가를 가는 길에' 지나치곤 했던 것이다.
그러다 방문하게 된 계기는 별거 없었다. 생각을 정리할 새로운 곳이 필요했고, 마침 가까운 곳에 안 가본 카페가 있어 가보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카페는 컸다. 1층만 있는 줄 알았는데 2층도 있었다. 처음 온 날에는 1층에 있었다. 커피를 마시지 못해 페퍼민트 차를 시켰다. 알고 보니 안쪽에 정원이 있었는데 정원테이블에 앉아있으면 나는 풀향기가 심신을 안정시켜 주었다. 큰 어항이 있었는데, 얼마 전 구피를 키우다 폐사시킨 나는 깨끗한 어항을 보고 단숨에 반해버렸다. 집에서 관리하던 어항은 아무래도 물때가 있었는데, 카페의 어항은 약품을 쓰는지 관리를 잘하는지 모르겠지만 수초에 이끼가 없고 잘 관리되어 있었다.
희귀한 물고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놀란 것은 큰 새우가 작은 새우를 잡아먹는 것이었다. 자연의 무자비함에 겸허해질 줄 알아야 하지만, 어느새 사는 동안 그런 건 잊고 살았었다. 작은 새우가 저항하지 않자 큰 새우가 우적우적 먹는 걸 보면서 '작은 새우라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저항해야 하는구나'를 새삼스레 깨달았다. 어떻게든 도망치려고 했으면 도망칠 수 있을 거로도 보였는데, 큰 새우가 잡는 힘이 너무 강했는지 나중엔 새우다리가 다 없어지고 몸통만 남아있는 잔인한 광경이었다.
그걸 보면서 내게도 대입해 봤다. 가령, 예전에 회사일로 힘들었을 때 나는 사내에 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그저 순응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어렵게 들어온 회사이고 여길 나가면 다른 데서 받아주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혼자'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시 같이 일하던 동료가 내 보스를 갑질로 신고하면서 부서이동하는 걸 보면서, 그 용기에 탄복했고 나도 그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예전엔 잡아먹히는 새우였지만 이제는 도망가는 새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