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부서가 데이터 부서여서 코딩을 배우면 좋겠다 싶었다. 일을 하며 만난 업체도 AI 업체고, 코딩학원까지 생기고, 모두가 개발자가 되면 돈을 잘 번다고 해서 행렬에 동참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처음 배운 건 파이썬이었다. 주말에 서울에 가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었다. 이해가 되긴 하는데 난해한 느낌이었다. 시간과 돈을 써서 주말마다 이동했지만 어떤 성취감이나 지식을 습득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피곤하다'는 느낌과 '주말 하루밖에 없네' 이런 생각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은 더 갔다. 처음 소비한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하지만 같은 실수는 계속됐다. 회사 생활의 의미 없음에 지칠 때쯤은 꼭 무언갈 배우고 싶어졌다. 이걸 통해 다른 쪽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찾다가 지역의 대학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신청했다. 명칭은 스마트시티 데이터분석이었고 나름 인터뷰 과정도 있었다. 업무와 연계하고 싶어 신청한다고 하니 선정은 바로 되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찬찬히 살피지 않는 단점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심지어 프로그램을 어떤 시스템, 자바로 하는지 파이썬으로 하는지도 모르고 신청했던 것이었다.
예전에 파이썬을 해봤으면서, 그리고 다신 못하겠다 생각했으면서 또다시 파이썬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기억력이 감퇴해서인지 '이번엔 다르겠지'라고 첫 수업에 들어갔다. 강사는 '하다가 이 길은 내 길이 아닌 거 같다 하고 안 오시는데 처음엔 다 그래요'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마치 고등학생 때 물리가 안 맞지만 하다 보면 될 거라고 미련하게 붙잡고 있던 데자뷔였다. 첫날은 퇴근하고 3시간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집에 와서 해파리처럼 소파에 늘어져 있었다. '이것만 수료하면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반 '하기 싫다' 반이었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가 포도처럼 느껴져서 다음 날에도 갔다.
역시 똑같았다. '이걸 내가 왜 굳이?'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이해는 되지만 이걸로 골머리 아플 바엔 용역으로 맡기자 싶었다. 물론 이 지식을 습득하면 길은 많아지겠지만 머리 아프고 시간이 아깝다 느껴질 바엔 포기하자 싶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끝인걸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