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 맥시멀, 자가 미니멀

by 강아

본가에 갈때마다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짐들과 물건이 꽉 차있는 모습은 가는걸 꺼려지게 했다. 내가 직접 정리할 엄두는 나지 않아 청소업자를 불러주겠다고 해도 돈이 아깝다며 거절할 부모다. 어릴때 잠깐 살았던 빌라와, 지금의 본가 아파트는 말하자면 부모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여유란 없고 짐으로 가득찬 팍팍한 느낌.


빌라에 살던 때는 방 세개에 거실이 없고 부엌이 있는 구조였다. 철문을 열고 거칠게 바른 시멘트 바닥을 지나면 곰팡이 냄새가 나는 복도를 지나 집이었다. 사는 곳이 그 사람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 없이 자란 부모는 그런 삶의 터전이 그들이라고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너무나 삶의 여유가 없고 힘겨워서 주거공간까지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것인가.


내 방에는 김치냉장고가 있었는데 자다가 김치냉장고의 소음에 잠을 깨고 아침에는 어머니가 느닷없이 방문을 열고 냉장고문을 열어 고약한 김치냄새에 잠을 깼다. 동생의 방은 미닫이 문이었다. 지금에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삶이 부끄러워서 누군가 집에 데려다준다고 했을때 원래 살던 아파트 앞에서 내려 빌라로 걸어가곤 했다.


지금은 집을 나와 신축집에 살지만 아직도 뇌리속에 열악한 집 환경은 박제되어 가족이 사는 집엔 잘 가지 않는다. 그 집에 가면 그때의 가난했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아서 무의식으로 거부하게 된다. 그리고 강박적으로 내가 사는 집 청소를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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