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일기

by 강아

이번주는 휴가다. 원래 가려던 곳은 지방에 살며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무작정 바다에 가고 싶어서 신청했다가 자세히 보니 지역의 일자리에서 일하는 거라고 했다. 바닷가는 사회복지를 체험하는 거라 신문사를 체험할 수 있는 충청도로 변경했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던 건 글을 쓰는 것이었지 지역의 글을 쓰는 게 아니었다. 프로그램 담당자가 말해온 '예전에는 국비지원이었는데 선정이 되지 않아 신문사 자부담으로 진행하고 있어요'란 말에 '돈만큼 뽑아먹겠구나'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대신 내게 남겨진 7일이란 시간이 있었다. 그 시작인 오늘은 도서관에서 무작정 책을 읽다가 커피를 마시는 일이었다. 작가의 생각이 나랑 너무 비슷해서 단숨에 책을 다 읽어 놓고 그 작가가 쓴 다른 책도 모조리 빌려왔다. 좋아하는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고 카페에 가서 또 디카페인 커피를 마셨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독서하니 지상낙원이었다. 옆 테이블은 선생님인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MBTI 이야기가 나오자 노이로제에 걸릴 거 같았다. 그 담론을 그만 듣고 싶다. 화자의 목소리도 너무 커서 자리를 2층으로 옮겼다. 올라온 자리에서도 독립적이고 아무도 없는 자리를 찾는 나를 보면 '나도 참 나다'싶다. 조용하게 읽고 있는데 어김없이 커플이 와서 대화를 했다. 조금 버텨보려고 했지만 말소리에 책이 집중이 되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책을 읽다가 하천을 걸었다. 항상 걷기 전엔 막막하지만 걷다 보면 기분이 풀린다. 푸드트럭이 줄지어 있어 '조금 일찍 왔으면 좋았을걸'라는 생각을 했다. 천을 걸으며 부러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않는데 굳이 커플이 가면서 주로 남성이 내 얼굴을 쳐다보는 게 불쾌하다.




산책하고 기절하고 일어나니 아침이었다. 누룽지로 아침을 먹고 또 커피를 마시다가 점심이 돼서 먹고 나오니 12시였다. 원래 일요일엔 다음날 출근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조금씩 느껴져서 좋아하지 않는데 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또 도서관에 도착해서 사회학 책을 읽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내 자리는 구분된 섹션 내에 있었는데 책을 찾는 사람들은 보통 내 섹션의 주위를 돌아가지 가로질려가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로질러가며 독서하는 사람을 구경했다. 타자화되는 시선이 불편하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다. 계란말이는 완벽하게 됐고 먹고 나서 설거지라는 가사노동을 했다. 항상 요리를 하면 설거지거리는 한 짐이다. 먹고 나니 졸려서 잠을 한 시간 잤다. 거의 저녁잠이었다. 일어나니 7시였다.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내일 할 것이 없다는 안도감에 걸으러 나갔다. 하지만 이내 어제 걷다가 생긴 뒤꿈치 물집이 신경 쓰여왔다. 한 군데만 불편해도 삶의 질은 하락하곤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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