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중반이다. 친구 중에는 20살 중반에 결혼한 친구도 있고 빠르면 20살에 결혼해 아이가 지금 중학생인 경우도 있다. 대학 동창을 찾아보면 반은 결혼한 것 같고 반은 안 한 거 같다. 결혼을 안 하려고 했다기보다 결혼이란 자체가 인생에 없었다. 대학을 가고 연애를 하고 이런 목표 하에 그런 것들은 이뤄졌다. 하지만 연애라는 것조차 '이 사람이 끌려서, 내가 갖고 있지 못한 걸 갖고 있어서'라고 시작했다가, 그 사람이 가진 결점이 참을 수 없어 헤어지는 것의 반복이었다.
예전에 상사의 갑질로 정신과를 갔을 때, 체크란에 결혼여부를 체크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때 의사는 내 심리상태를 알아보고 싶었던 건지 내 전반에 대해 묻기 시작했는데, 질문 중 하나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였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내가 또래 여자애들이 갖는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 건 없었다. 'M&A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의사는 그 대답에 놀란 듯 표정을 짓고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집안 어른들을 봐도, 비슷한 환경에 가정을 꾸려야 된다는 사회적 인식에 따라 결혼하는 케이스이기 마련이었다. 그런 외적인 부분- 나에게 잘해준다거나 직장을 가지고 있다거나 그런 부분들은 '타인'들도 내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그 사람 이어야 하는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그들 또한 내게 그런 걸 느끼지 못했기에 헤어졌겠지.
어쩌면 어릴 때부터 미디어 등으로부터 주입되어 온 '그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포기하는 삶'등은 매체를 통해 이어져온 신화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가상의 환경에서 벌어지는 희귀한 것. 그런 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하는 걸지도.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그런 건 어불성설이라는 걸 안다.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걸 타협해 왔다. 일하기 싫은데 돈을 벌려면 다녀야 하는 직장, 가고 싶지 않은데 참여해야 하는 행사 등 내 의지와 반하는 행동들을 할 때면 어김없이 나는 병이 났다. 결혼마저 타협해서 추진해야 한다면 더 이상 돌이키지 못할 상황에 내던져지고 말 것이다. 난 더 이상 타협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