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는 잡지 보기이다. 경제 패션 영화 가리지 않고 보는데 주마다 씨네 21은 챙겨본다.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아닌 작은 규모의 신작을 살펴보기에 좋다. 서울에 있을 때 독립영화관을 즐겨 찾았는데 지방은 그런 게 잘 없어서 그런 게 좀 아쉽다.
그중 챌린저스가 개봉한다고 했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평론가의 별점과 평론이다. 줄거리가 로맨스가 섞여있으면 고려하고 아니면 제외다. 영화의 국적은 상관없다.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새로운 영화를 통해 알게 되는 신인배우를 발견하는 건 신대륙탐험 같다. 남들 다보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잘 보지 않아서 심지어 대형영화에 나왔지만 처음 보는 배우가 있어서 의아했더니 이미 그 배우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테니스 규칙 같은 거 모르지만,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설정과, 동성애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서 더욱 흥미가 갔다. 영화에선 사람에 대한 소유욕을 보여주었다. 그게 잘못된 게 아닌데 나는 그걸 은연중에 잘못된 걸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내가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소유욕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조차 그 사람이 가진 걸로 판단하는 나는, 걔에게 관심이 가는 것도 그가 가진 것 때문이란 걸 알고 있다. 내가 확신을 지니면 고 할 텐데 그런 게 없으니까 머뭇거리고 있는 거다. 막상 걔로부터 시그널이 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가만히 있을 것이다. 예전 걔가 그녀와 헤어지지 않는 것도 다른 의미로서의 선택인걸 안다. 그걸 인정해야 하는데 난 계속 인정을 안 하고 있다.
예전부터 지녀왔던 망상 같은 것들은 지금도 유효하다. 자기 객관화가 안 돼서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고 속으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내가 속상한 건 나로 인해 예전 기회들을 놓쳐왔으면서 그걸 남들과 비교하고 있었던 것 때문이었다. 같은 시기에 누구는 마마보이가 아니라서 설득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나는 마마보이라서 결혼에 실패했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을 선택할 당시에 그 사람이 마마보이였는지 알 길은 요원했다. 막상 결혼에 골인한 걔가 결혼 이후에 남자가 바람을 피운다거나, 장애아가 태어나 불화 끝에 이혼한다는 설정 같은 건 속으로 망상하곤 하는 나다.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겠지만 내 마음이 지옥이니까 애써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거다.
결혼식에 가지 않는 것도 생각해 보았으나, 그렇게 되면 신랑 친구들을 못 보게 되는 게 아쉽다고 생각하는 나도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