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기존 3명의 애청자는 그때 날 좀 다른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크립토코인트레이더는 방송을 보며 '지금 거기로 가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날 실제로 만나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방송비제이들은 후원을 하는 금액에 따라 vip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나뉘고, 돈을 많이 쓴 열혈시청자 같은 경우에는 사적으로 만난다. 크립토트레이더는 내게 어떤 후원도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나도 후원을 받으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필요했다. 그렇게 두 달가량을 거의 매일 대화하다 보니 나도 그가 좀 궁금했다.
'오던지'
라고 말했더니 그는 구체적인 장소를 물었다. 방송 중에 그걸 말하면 내가 디제이수업을 받고 있는 장소가 노출될 것이고, 그럼 업장입장인 선생님이 좀 곤란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대답을 하지 않았더니 그는 방송이 끝나고 난 다음 쪽지를 보내왔다.
'밥 한번 같이 먹어요'라고 그가 말했다.
그러겠다고 일단 질러는 놨는데 막상 그가 말한 날짜가 공교롭게도 회사 후배를 만나는 날이었다. 회사 후배는 내가 꼰대 같은 상사랑 일하고 있을 때 그를 욕하면서 친해졌다. 꼰대는 회사에서 내게는 일을 죽을 만큼 시키면서 본인은 요새 같은 파티션 안에서 게임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가끔 회사에서 불합리함에 화가 나면 전화기를 집어던지면서 '아 시발새끼'라고 읊조리곤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내가 그녀의 친언니랑 비슷해서 그녀는 내게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일을 시키는 사수도, 앞선 꼰대 같은 상사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었는데 우리는 '일은 밑에 직원들이 다 하지만 생색은 본인들이 다 내는' 상사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녀가 계약종료로 인해 퇴사하고 난 후, 우리는 연락을 주고받다가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송리단길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크립토트레이더도 마침 그때 보자고 해서 회사 동생에게 '그날 같이 만나도 돼?'라고 무심결에 던져보았다. 그녀는 트위치 시청자였는데,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프리카 tv도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tv를 말했을 때 사람들은 기존의 안 좋은 인식 때문에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친구들도 웹툰작가 등과 같은 일반적인 회사원이 아닌 창의적 직종에 속한 사람이 많아서 비제이를 한다고 하는 내게 오히려 경탄을 보냈다. 나는 일개 시청자 3명의 비제이였지만 그런 건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방송국을 알려달라기에 주소만 보내고 말았다.
그녀와 먼저 만나서 크립토트레이더를 만나길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서 왜소하고 찐따 같은 남자애가 날 응시하고 있었다. 당시 그레이슈트를 입고 있다고 내 인상착의를 오픈채팅으로 말했더니, 그걸 본 모양이었다. 만나는 순간 '좆됐다'라는 말이 앞섰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5m를 남겨두고 줄행랑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나마 회사 후배가 같이 있어 다행이었다. 회사 후배는 사람의 외양으로 판단하진 않는지 크게 놀라지 않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