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꾸려서 온전하게 유지하는 사람 보면 신기하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난 내 모습 안보여주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각자 방에 들어가 있는 건가? 아니면 나중에는 서로를 투명인간처럼 보기 때문에 무방할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들리는 결혼소식에도 '축하한다'라고 말은 하지만 속으로는 어떤 경외심 같은 게 든다.
나는 가끔 잠이 안 올 때 지난 사람들을 카톡추가하기 해서 본다. 연락처에는 있는데 카톡친구는 주기적으로 삭제해서 지금 내 목록은 50명가량이 있다. 이마저도 많은 건 아니다. 스크롤 한번 하면 전체다. 하지만 그 인간 속에서도 대부분은 회사 일로 엮인 사람이고 그 사람 빼면 내 주변인은 가족 포함해서 10명 내외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면 카톡목록에 7명이 있던 레몬이가 생각난다.
그렇게 찾아보게 되는 사람들은 주로 과거의 인연인데, 대학 동기였던 남자애는 벌써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있었고, 같이 드라이브를 했던 애는 와이프와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았다. 사진을 업으로 하는 민우는 지금도 사진을 찍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러겠지. 직장상사가 엮어주려 했던 공무원은 아직도 솔로였다. 대학 때 친하게 지냈던 언니는 아직 결혼을 안 한 거 같았고, 대학 때 미팅으로 알게 된 남자애도 결혼을 안 한 거 같았다. 지금 연락하면 그들도 놀란 듯이 받아줄 테지만 막상 연락할 명분이 없기도 하고 워낙 알고 지내지 않은 세월이 이미 지나버려 어디서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게도 느껴진다.
정해진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불안하지만,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미 삶의 궤적을 사회의 시스템에 맞춰 살아온 나는 한국이 싫지만 떠나지도 못하게 되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끔 루틴이 미칠 거 같다. 그럼 스트릭랜드의 삶을 꿈꾸다가 다음날은 다시 현실이다. 글을 쓰며 사는 삶, 그림을 그려 돈을 버는 삶, 음악을 연주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삶 같은 건 신기루처럼 요원하다. 그냥 그럴 땐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과속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