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없는 사람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

by 강아





그러다 한 번은 웅도의 잠수교를 가는 모임이 있다고 했다. 그 다리는 밀물이 오면 다리가 잠기는 걸로 유명한 곳이었다. 사람들은 서울에서 오기 때문에 카풀을 해서 온다고 했다. 따로 가겠다고 했다. 가는 날은 날씨가 좋았다. 여유롭게 운전을 하고 도착하니 사람들은 이미 테이블에 앉아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모두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포토는 2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모델이었다.


한 포토의 차는 도요타였는데, 사진에 지대한 취미가 있는지 전문적으로 준비해 왔다. 삼각대는 물론이고 각종 렌즈와 그에 필요한 모자와 같은 소품들까지. 그런 모임을 많이 가져본 듯했다. 다른 모임에선 모임장을 맡고 있으나, 그럼 한정되는 보는 사람들 때문에 가끔 다른 모임에도 참석하는 듯했다. 잠수교에 갔더니 우리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으려고 모여든 사람이 있었고 한편에선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도시에선 볼 수 없는 한가로운 풍경이었다.


우린 한 명씩 나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모델이 포즈를 취하면 나머지 2명의 포토가 사진을 찍는 수순이었다. 그 사이 SUV는 막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잠수교를 건넜고, 그건 마치 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같이 물을 튀기며 차가 지나갔다. 우리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사람들도 우릴 보기 시작했다. 중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타인에 관심이 없는 나는 즐거워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자 즐거워지는 것 같았다. 그녀들이 취하는 포즈는 너무 상투적이기도 했고 유치했지만, 알고 보면 삶은 그런 것들로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처음에는 나 자신에 대한 에고 때문에 포즈가 적극적으로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찰칵 소리가 계속될수록 포즈는 점점 과감해져 갔다. 굳은 표정도 풀려서 자연스러운 얼굴이 나왔다. 사진을 찍고 포토는 화면을 통해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사진 속의 나는 행복해 보였다. 현실의 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식사를 해야 해서 칼국수를 먹자, 조개구이를 먹자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포토는 포토끼리 앉고 모델은 모델끼리 앉는데 나만 중간에 낀 형국이었다. 한 포토는 원래는 여자 친구를 모델로 사진을 찍었는데 헤어지고 이런 모임에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여자 친구가 더욱 생각나는 듯했다. 주로 포토들이 조개를 굽고 모델들은 먹었다. 모델 중 한 명은 약사였는데, 강원도에서 일 때문에 논현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도 호객행위에 속지 않았는지 조개는 괜찮은 선도가 계속해서 나왔고, 어느 정도 배불러진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옮겨 간 곳은 삽교호의 놀이동산이었다. 그곳은 쇠락한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몰락한 놀이동산은 밤의 네온사인으로 빛나고 있었다. 막 어스름이 지려는 무렵이었다. 우리는 관람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막상 발을 딛고 서 있는 부분은 논밭이었다. 지는 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좋았다. 알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은 그런 순간들이었다. 뭔가가 소멸하는 순간들을 보면 마음이 움직였다. 사진을 찍고는 놀이동산으로 이동했다. 그런 분위기는 마치 연인이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르는 장소의 의미 같은 걸 암시했다. 구경을 하다가 우리는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졌다.


이런 모임을 나가면 헤어질 때 마치 원나잇을 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끼리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지극히 외로웠다. 결국 '집에 있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와 혼자라는 자괴감이 섞여 마치 얼음잔에 위스키가 녹을 대로 녹아 이게 술인지 물인지 모호한 감정을 안겨주곤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위를 멈출 수는 없다. 결국 고독감이 찾아오고 그것은 어떠한 행위를 하지 않고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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