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선샤인 호스트

by 강아

그래서 한 달 정도 후에, 또 하나의 사진 모임을 나가기로 했다. 항상 게스트로 참여하곤 했었는데, 이번엔 내가 호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저절로 파해지니까 부담을 갖진 않았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몇 명 모이기 시작했고 마감 전날이 되자 최소 인원이 되지 못해 파할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이 친구를 데려와도 되냐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카톡아이디를 알려주고 그 장소에서 연락하기로 했다.


햇빛이 강렬했다. 주차를 하니 아직 그 사람들은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았다. 조금 기다리니 연락이 왔다. "어디세요?"

"전 매표소 근처에 있어요"

"아 그럼 거기로 갈게요"


라고 주위를 둘러보니 키가 큰 사내와 중간의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약간 엉거주춤한 모습이 딱 봐도 그들 같았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표를 각자 끊고 들어가자 의상소가 있었다. 옷을 대여할 생각이었지만 왠지 낯선이 들 앞에서 입는 건 약간 민망했다. 구경만 한다는 명목으로 들어갔다. 개화기 의상들이 있었다. 미스터선샤인 촬영세트장이어서 전차라든지 당시 드라마 제작 시 필요했던 소품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었다.


옷은 한번 입어보자 계속 갈아입어보고 싶어졌다. 마음에 들었던 건 망사로 된 여성모자와 레이스가 치렁치렁 달린 드레스였다. 목이 깊이 파인 원피스는 평소에 입어볼 수 없는 디자인과 강렬한 보랏빛을 띠고 있어서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았다. 같이 온 그들 중 한 명도 이것저것 입어보더니 군복을 골랐다. 바지가 심각하게 끼여 있었으나 추가 사이즈가 없어 어쩔 수 없었다.


옷을 갈아입은 그 남성은 미스터선샤인의 팬이라고 했다. 그래서 보지 못한 드라마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그래서 좋았다. 서로의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해괴한 커플샷이 되었지만 그와 내가 서로를 보는 눈빛은 동태눈빛이었다. 관심이 있는 그런 게 아니고 단지 시간을 같이 소비하는 상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포토로 온 키 큰 남자는 사진을 찍어 주었는데 의외로 괜찮은 사진기를 가지고 있었고, "이렇게 하면 잘 나올 것 같아요"라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여러 군데를 다니며 사진 찍기가 끝나고 헤어져야 할 시간이 왔다. "즐거웠어요"라고 말했지만 사실 즐겁다기보다 신선함과 어색함이 강했다. 하지만 내가 주최자로 참석한 모임이었고, 그들에겐 좋은 경험으로 남았으면 했다. 헤어지며 "식사할까요"와 같은 빈말을 섞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나도 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만약 그들이 그랬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며 소진감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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