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길에 길을 잘못 들어섰는데, 그 길은 지날 때마다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공항으로 빠져야 하는데 대전으로 빠져서 길을 돌아왔다. 하지만 잘못된 길이 오히려 새로운 음식점을 뚫을 수 있게 했다.
최근 일상에선 작은 실수조차 자책하는 일이 많아서, 이렇게 살 바엔 죽는 게 낫겠다고까지 생각했었다. 오늘과 내일이 똑같고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삶. 그래서 충동적으로 회사에서도 파견근무에 지원했다. 될지 안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되면 지금 일하는 곳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싶다. 지금 나는 우물 안 개구리다. 지금의 실패가 미래에 봐선 좋은 일일수도 있는데 너무 근시안적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다.
식당에 갔더니 혼자 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모두 회사 동료라든지, 가까운 사이끼리 와 있었다. 내 옆테이블엔 가족끼리 온 테이블이 앉았는데, 그들은 음식이 나올 때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일상적인 말을 했는데 그것조차 상대방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런 사이라면 차라리 혼자인 게 낫다고 생각했다. 내 반대편 테이블에는 아마 연인인 것 같은 테이블이 앉았는데, 그들조차 여자는 전화기를 음식이 나오고 먹는 내내 붙잡고 있었다. 그리 중요한 대화도 아닌 것 같았다. 전화 상대편에선 계속 어쩠고 저쩠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는 거의 20분가량을 상대방을 앞에 앉혀두고 있다가 전화가 끝나자 말했다. '미안해, 전화를 끊을 수가 없어가지고. 일부러 쩝쩝거리는 소리를 냈는데도 계속 말하잖아.' 나는 전화 상대방이 수신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존중하는 사이라면, 상대방이 식사 중인데도 본인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수신자는 같이 식사를 하러 온 사람을 무시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본인을 존중하지 않으니까 결과적으로 본인이 중요한 사람이 안되어 버리는 거다. 나라면 그런 전화가 왔을 때 단번에 내 상황을 말할 테지만,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거니까.
회사생활을 한 지 5년쯤 되었을까. 그때쯤 이야기를 하다가 어떤 말이 나왔는데, 내가 '세상의 중심은 나다'라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말을 들은 상사는 '세상의 중심은 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때 갸우뚱했지만, 여전히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한 상사는 내가 존경하지도 않고 비열함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비열함이란 승진하기 위해 윗사람에겐 알랑방구 뀌면서 아랫사람은 하대하는 거다. 각자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 있고, 그걸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는 거 같은데 나는 그런 인산본성을 볼 때마다 역겨워지고 만다. 인간이 싫다. 이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인간이 좋아지는 때가 올까. 의문이 든다.
덜렁 가방 하나만 들고 떠나는 삶. 나는 자주 떠나고 싶은 생각에 시달렸다. 그리고 떠나는 삶만이 현실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라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