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뇬가. 점심을 먹었더니 혈당스파이크로 시체처럼 삼십 분 자고 일어났다. 눈뜨니 회사 갈 시간이어서 멍한 채로 회사에 도착했다. 잠드는지도 모르게 잠들었다가 깨는 경험은 마치 죽었다가 다시 사는 느낌을 준다. 꽤 오랫동안 혼자 식사를 해왔지만 매번 그날 무얼 먹을지를 생각하는 게 피곤하다.
회사만 오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뭔가로 풀고 싶어 진다. 나는 그 해소방안을 점심마다 나가는 걸로 잡았고 하루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고 다소 사치스러운 가격의 드립커피를 마시고 오면 좀 괜찮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에 도착하면 또 망연자실해지곤 만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을 때엔 과자를 우적우적 먹었다.
배고파서 먹는 게 아니다. 뭔가를 부시기 위해 먹는 거다. 얇은 과자가 입안에서 부서지면 꽤나 쾌감이 있었다. 하지만 한 봉지를 먹은 후에도 전체가 해소되진 않아 다시 한 봉지를 뜯는다. 자극적인 맛이다. 하지만 과자를 먹는 거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원치 않은 업체선정, 앞으로 일 년을 싸워야 하는 소모적인 행동, 그 때문에 간단한 행정처리도 되지 않는 악순환을 겪을 때는 떠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잘못된 업체선정 때문에 휴가도 미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는 정말 폭발하고 싶어 진다.
휴가를 가기 위해 조속하게 업무처리를 해왔다. 남들이 2달에 걸쳐서 하는 행위를 1달로 줄여놓았더니 기술협상이 미뤄질 상황이자 '긴급으로 입찰한 거 말나 올라'한다. 일반입찰로 올렸으면 사업추진이 늦다고 했을 거다. 그만하고 싶다. 원치 않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게 비도덕적인 일이라면 나는 지금 비겁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도덕을 사회의 것이 아닌 '나'로 두면 내가 원치 않은 일은 모두 비도덕적인 일이 된다. 세상엔 수많은 삶의 방식이 있고 무엇도 두렵지 않다면서 내가 지금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