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장농면허였다. 그녀가 잠깐 내려와서 나랑 같이 살때, 지방은 차가 필요하니 내 차로 연습하라고 보험을 들고 같이 운전한 적이 있었다. 운전연수를 받고 내 차로 도로연수를 갔다. 동생이 운전석에, 내가 조수석에 앉았다. 동생은 성격이 유하고 안정적이어서 내가 초기에 겪었던 접촉사고 등이 없을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날은 도서관에 가는 날이었다. 동생은 취업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데려다주곤 했다.
"오늘은 네가 운전해볼래?"
"응"
처음에는 10km이내로 시립도서관을 다녀왔다. 길이 복잡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다녔던 길이라 별 문제 없이 도착했다. 동생도 어느정도 감이 잡혔는지 그 이후로 몇번은 더 그렇게 갔다. 다음에는 더 먼 인근도시까지 나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은 합류가 있었고, 빠져나가는 도로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처음보단 난이도가 있는 길이었다. 출근시간이어서 정체가 있었고, 동생은 지나치게 긴장을 해서 내릴 즈음엔 파김치가 되었다. 나는 옆에서 일부러 잔소리를 안하고 가만히 있었지만, 나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날도 별탈없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동생은 학원에 가고 나는 차를 끌고 다시 돌아왔다.
그날은 도서관에 갔다가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는 날이었다. 도서관과 식당이 걸어가긴 멀어서 차를 가지고 이동하기로 했다. 동생은 대전에 다녀온 이후로 '초보운전'을 붙여야 할것 같다고 말했다. 다이소에 가서 표지를 사서 내가 운전할땐 떼고 동생이 운전할 때만 붙이고 다녔다. 그날은 표지를 붙이고 이동하고 있었다. 동생은 아무래도 해당 표지를 붙여야 타인이 어색한 운전을 이해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골목에 들어서서 주차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면도로여서 길옆에 주차를 하고 있는데 뒷차에서 빵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뒷차가 충분히 지나갈 공간이 있었는데 초보에게 잠깐의 배려를 해줄 마음보다는 본인의 시선에 걸리적거리는게 그 운전자는 싫은 것이었다. 옅게 선팅된 내 차창에 여자 두명이 있는게 보였을테고 은연중에 여성운전자에 대한 혐오도 엿보였다. 그도 초보인 시절이 있었을텐데 요새는 그냥 다 각자도생인것 같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바로 화로 직결되며 대상이 지인이 아닌 타인이면 더욱 정도가 심해지는 것이다. 나라도 양보운전하며 클락션을 되도록 안쓰는 운전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