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터넷을 연결할 때 직원이 "티브이는 필요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없습니다"
빈 공간을 소리로 채운다면 꽉 찬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듣고 싶지 않은 재난사고들이라면 안 듣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스마트 모니터를 샀다. 동생이 잠깐 와서 살 때 티브이가 있으면 좋겠다고 지나가는 말로 한 것 때문에 사게 된 것이었다. "남들 다 집에 있는 티브이니까 아무래도 놓는 게 좋으려나"하고 샀을 땐 동생인 본가로 돌아간 이후였다.
하지만 역시나 처음 사고 몇 번 틀어보곤 티브이는 계속 꺼진 채로 있었다. 결국 팔기로 했다. 당근에 올렸더니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았다. 최저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올렸더니 문의가 왔다.
"최저가 40이고 공동구매가로 35로 팔리는데 35에 안될까요?"
49에 구매한 제품이었다. "그럼 거기서 사세요"라고 했더니 구매자는 "죄송했습니다"라고 하며 떠나갔다.
몇 번의 찔러보는 사람 뒤에 구매자가 나타나서 오늘 티브이를 가져갔다. 빈 공간이 생긴 거실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나는 물건이 늘어나서 흡족할 때보다 비움으로써 얻는 만족감이 더 좋았다. 물건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남들의 기준보다 내 기준이 더 중요하단 걸 다시금 느꼈다.
고가의 믹싱장비도 있었다. 이태원까지 가서 매입해 온 pioneer xdj-rx는 만족을 주었다. 하지만 그 또한 오래가진 않았다. 회사 일에 지쳐 돌아오고 나면 기기는 만질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 점점 먼지가 쌓여가는 모습을 보자 또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짐이네" 중고나라에 올리자 득달같이 연락이 왔다.
"제가 부산 살아서 도착하면 23시쯤 될 것 같아요"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빨리 처분하고 싶은 마음에 오라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팔지 말아 주세요"라며 11시가 지나서 도착했다. 장비를 확인하더니 "기름값이라도 빼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했다. "안된다"라고 하자 그는 백만 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집에 오고 나서 다시 연락이 왔다. "조그가 잘 안 되는데 다시 내려와 주시면 안 될까요?" 피곤한 몸을 끌고 내려가보니 그는 본인이 중고차를 하는데 10만 원은 빼달라고 했다. 안된다고 했더니 기기를 잘 아는 사람에게 영상통화를 걸겠다고 했다. 영상통화의 그 남자는 "별 이상 없는데"라고 말했으나 그는 끝까지 깎아줄 것을 종용했다. "그럼 안 팔게요"했더니 지금까지 온 게 아까워서 그건 안된다고 했다. 빨리 올라가서 쉬고 싶다는 10만 원을 입금하고 올라왔다.
계속된 '사고 싶던 물건을 구매한 후의 재판매는 어렵다'는 경험은 물건 구매에 신중하게 한다. 최근 나는 뱅앤올룹슨의 A9을 갖고 싶다. 하지만 이 또한 구매 후 또 팔고 싶어 질 것이다. 대개 사람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