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사춘기

by 강아

요샌 사람을 만나기가 싫다. 원래도 사람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최근 지인의 죽음을 겪고난 후 이런 경향이 짙어졌다. 아무도 나를 구원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날 좌절하게 한다. 그렇다고 무언갈 새롭게 할 의욕도 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안은 친하지도 않은 친구에게 찾아가 하소연을 하거나, 집에서 혼자 글이나 쓰는 등이다. 늦은밤 잠이 오지 않을때 휘갈겨 쓴 글은 살아있어서 다행이란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다음날이 오면 또 절망했다. 숨을 쉬고 있단 사실이 지겹게 느껴져서 내가 내 목을 조르는 상상을 했다. 어제와 오늘이 같고 다음날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나날이, 살아있지만 죽은거 같아서 자주 다른 삶을 갈망했다. 혼자 남겨지는건 두렵지 않다. 내가 가장 두려운건 어느새 눈떴을때 소통할 수 없는 누군가가 옆에 누워있는 걸 볼때일 것이다.


그나마 가던 모임이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귀찮게 느껴진다. 처음에 지식자랑하는걸 못들어주겠다고 생각하고 가지 않았으면서 그마저 없으면 정말 아무하고도 소통하지 못할까봐 킵해두었다. 어쩌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나 요새 죽는걸 가정해'라는 말은 할 수 없을거다. '밥 먹었어?'이런 상투적인 말만 하다가 마음이 썩어가는지도 모를일이다.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길 원하지만 그 꿈은 쉽게 꺾어지기만 할때, 더욱 나빠지지 않게 관리해야만 하는 것과, 계속해서 시도하지만 현재 상황에 묶일수밖에 없을때, 결국 이게 내 한계라는걸 받아들여야만 할때, 기대했던 것들이 망상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걸 알게됐을때.


오히려 누구한테도 방해받지 않고, 배부르고 등따숩고 복에 겨워서 하는 말이네 라고 말한다면 또 나보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위안삼아야 하는건가. 오늘도 내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고대하면서 다음날 아침이 되면 현실에 눈떠야 할 것이다. 이번엔 좀 오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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