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인 삶

by 강아

예전엔 계획형 인간이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서 아침에 일어나서 십오분 동안은 밥을 먹고 등교를 한다음 학교가 끝나면 간식을 먹고 학원에 가는 등 시간은 분단위로 쪼개져 있었다.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때는 그러지 않았다. 타임을 나누게 된건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원형그래프를 그리던 때 부터였다. 시간을 분할하던 습관은 고등학생까지 계속되었다. 그렇게 사는게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자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던 예전의 나는 없어졌다. 대학이라는 목표가 없어지고 나자 그 다음 목표가 없었다. 직장을 얻어 따박따박 돈만 나오면 좋을것 같았다. 그리고 대학을 가면 취업은 저절로 된다고 은연중 믿고 있었다. 1교시 수업이면 일찍 일어나야 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맘대로 자고 맘대로 일어났다. 학교에 가기도 싫어서 시간표를 주3으로 짰다. 다른 날들은 전시회를 다니거나 놀러 다녔다. 그땐 타인으로부터 내 젊음을 시험하는데 몰두해 있었다. 그런건 무의미했지만 젊음은 소비할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사회초년생일때는 시간의 자유가 다시 없어졌다. 9 TO 6에서 야근까지 이어지는 삶은 주말이되면 시체처럼 누워있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때는 다른데로 도망가려고 이직 시험을 보거나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사한지 십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 백번넘게 시도한 이직시도는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중에는 최종까지 갔던 것도 물론 있었다. 이직건을 상사가 알게된때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스테이다. 사업을 하겠다고 한것도, 유학도, 공부도 모두 물건너갔다.


지금은 주말이 되면 원시인처럼 지낸다. 눈뜨면 일어나서 먹고싶을때 먹고 낮잠자고 싶을때 잔다. 환기시키고 싶을땐 재밌는걸 보러가고 사람은 안만난다. 지금까지 내가 시도한 것이 사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건 뭐지? 유명해지는거? 돈을 많이 버는거? 나를 잘 알거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어렴풋이 알거 같기는 한데 일단은 구속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게 좋고 뭘 하고있을때 어느새 한시간이 후딱 지나있는 일 등을 하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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