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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Jul 31. 2024

안 괜찮아요

회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은 엘베를 잘 이용하지 않는데 그날은 행사가 있어 여러 개의 노트북을 들고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문이 열리자 타 팀 보직자가 서 있었다. 그는 나보다 늦게 입사한 경력직이다. 초고속 승진으로 부서장이 됐다. 이런 걸 볼 때마다 불편하다. 그가 가진 회계라는 전문성은 결국 회계사라는 라이선스로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그는 자격증이 없다. 회사에서 회계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결국 부서장으로 앉히기 위해 빨리 승진을 시킬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기존 직원보다 경력직 입사를 우대하는 회사 문화도 실망스럽기만 하다.


-잘 지내?

-못 지내요


사회생활하면 사람들은 아이스브레이킹을 해온다. 그런 말은 대부분 하나마나 한 말들이다. 안부를 묻거나 근황을 묻는 등이다. 하지만 그런 말들에 의미는 없다. 그냥 침묵이 불편하니까 하는 말이다. 나는 차라리 침묵이 낫다. 하지만 어김없이 물어오는 인사에 답을 해야 할 때도 그 사람처럼 거짓말을 해야 할지 아님 솔직할지도 고민한다. 그 사람은 내 안부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게 아니고 나는 거짓말을 하기 싫다. 대답하자 마침 엘베 문이 열려서 내릴 수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어느 정도 솔직해야 할지 의문이 들 땐 다른 사람을 참고했다. X 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도와주지는 않을망정 '요새 바쁘네'긁는 소리를 하는 젊꼰을 보면 '이 또한 지나가겠죠'무념무상 답한다. 나처럼 모든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빈말을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매사가 가볍고 아부하는 인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이 불편하지만 같이 일해야 한다는 무력감은 사내 인간관계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마주칠 일을 만들지 않고 굳이 약속을 잡지 않는다. 부드러움이 일을 쉽게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차피 할 일은 해야 하기 때문에 매끄럽지 않아도 일은 처리된다.


더 이상 괜찮다고 말하다가 탈모가 오고 몸의 이상이 오는 경험은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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