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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Jul 30. 2024

보여주기식 일하기

커지는 염증

월요일 아침부터 출근했더니 상사는 없다. 아침에 인사 안 하냐고 뭐라고 해서 요새는 꼬박꼬박 인사를 하는데 이제 본인이 불편한지 자리에 없다. 매번 출근하면 믹스커피를 한잔 탄다. 타 부서와 조율해야 하는 추진계획은 계속 독촉당하고 있지만 조율이 안되는데 독촉당하는 것도 짜증 난다. 애써 무표정속에 감정을 죽이고 일을 하고 있는데 또 부른다. "이 과장, 이내용 뭐지?" 메일의 참조가 걸어진 문건을 보고 하는 말이다. 남는 예산으로 연구용역을 내기로 했는데 저번주에 보고해서 그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월요일 아침에 일 하고 있나 일부러 보여주기 하는 거다. 나는 소설을 쓸 때 '보여주기'가 제일 어렵던데 그처럼 하면 될 것 같다.


"아 그거 예산정리가 아직 안 돼서 정리되면 기안할 예정입니다. "


잔여예산으로 할만한 내용을 제안하자 다 리젝 했으면서, 막상 본인이 내놓은 의견도 아닌 걸로 결론 났다. 결국 상위가 내놓은 의견대로 연구용역을 하기로 했는데 그마저도 정확한 참고용역이 뭔지, 세부내용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상위에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말을 돌린다.


"20년 예산 확인 됐어요?" 해당 내용도 저번주 금요일 퇴근 이후 전화 오는 걸 안 받으려다 받았더니 오늘인 월요일까지 확인해 달라고 했던 내용이다. 몇 번이 곤 확인 해서 8억이라고 했더니 끝까지 국회제출자료가 9억으로 되어있다며 재확인요청을 한다.  결국 날 믿지 못해서 기획실까지 전화해서 확인해 놓고는, 최종 8억이라고 확인됐다. 내가 말한 내용이 맞자 그 내용은 다시 언급하지 않는다. 내가 틀렸으면 지랄지랄 했겠지. 결국, 내가 요청하는 건 본인의 급한 내용에 의해 뒤로 물러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는 중에 신입직원이 들어와 인사를 한다. 전화벨이 울린다. "금요일까지 상위에 제출해야 하는 거 있었는데요" 그가 말한다. 공문을 확인해 보니 다른 내용과 섞여 있어 놓친 것이었다. "취합은 금요일이었고, 내일까지 상위에 제출해야 하니 오늘까지 제출하세요" 그래서 갑자기 배포리스트 정리하고, 내가 할 부분 생각해서 각 부서에 뿌렸더니 상사는 신입과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물론, 직원들과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 그런 관계들에 의해 일이 되기도 하는 거니까. 하지만 총괄업무를 작년에 내가 했다는 이유로 던져놓고 내가 보고하면 '응 ~ 그래~'나이브한 태도를 취하면서 "이 과장도 좀 와서 먹어"라고 말하는데 난 그 자리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정말 바빠서 그런 것이다.


그러는 중 들리는 대화소리는 "김 차장이 좀 덜렁대잖아" 꼽을 주고 있었고, 김 차장은 "제가 무서운 거 못 보셔서 그러시네 팀장님" 센척하는 말들은 만담이 따로 없다. 나는 꼽주지도 못하고 그렇게 센척하는 것도 못해서 들을 때마다 놀라곤 한다. 차라리 일이 바쁜 게 나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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