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이따금 밥 뭐 하고 먹냐고 연락을 한다. 그걸 받는 나는 짜증이 확 난다. 내가 뭘 먹든 상관이란 말인가. 그놈의 밥이 뭐길래. 어련히 잘 알아서 먹으랴마는 부모가 되면 자식이 뭘 먹는지 궁금해지나 보다. 자식이 뭘 먹는지 궁금하고 걱정된다면 부모가 안 되는 게 낫겠다. 카톡을 받고 빈정이 섞인 답변을 하려다가 그마저도 관뒀다. 막상 타인에게 연락이 오면 칼답 하면서 어머니께 오는 답장은 미적거리게 되고 씹게 된다.
친구를 만났을 때 그도 그랬다. 어머니에게 늦은 시간 별 내용 아닌 걸로 전화가 왔고-그 물건 찾아보니 있더라, 보내줄까?-라는 내용에 친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게 정말 필요했다면 친구가 어머니께 요청해서 받았겠지. 그건 필요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랑 만나고 있는 도중 23시쯤 되었을까 늦은 시각에 어머니는 또다시 전화했고 그것 또한 별 내용 아닐 것이다. 집착에 가까운 어머니의 전화를 다들 받으며 살고 있는 걸까.
이것에 비교하면 우리 어머니는 하루에 두 번씩이나 전화하진 않는다. 내가 전화를 좋아하지 않고 사실 어머니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 오는 거면 많이 오는 거다. 하지만 그 마저도 올 때마다 불편한 감정이 들고 마는 것이다. 내가 너무 신경을 안 쓰는가 싶어서 누군가처럼 1일 1 전화를 하려고 시도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틀째에 내가 귀찮고 삼일째엔 어머니도 피곤해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추후 나에게 한 명의 어머니가 더 생긴다면 나는 그녀에게 정성을 다할 수 있을까? 정성을 다하는 개념이 매일 전화를 하고 안부를 묻고 걱정하는 거라면 그럴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내가 자식이 생긴다면? 어머니가 내게 해 왔던 쓸데없는 걱정이나 불안을 끌어안고 살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어른에겐 느껴지지 않는 것이 자식한텐 느껴진다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