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커뮤니티 활동

by 강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어플이었는데, 사실상 사람들은 그런 걸 통해 연애를 노리는 것 같았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금 사회적 모임이 재개된 때에, 사람들은 서로를 그리워했다. 격리되어서 혼자 보는 넷플릭스가 좋다고 표면적으로는 말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것이다. 그런 모임들은 주로 주최자에 의해 성공여부가 결정되었는데, 추진력이 좋고 특정한 주제의식이 있는 모임장의 경우 한 번의 모임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나면 다음 모임은 앞서 참여한 참여자들의 재참여와 소개로 들어온 뉴비, 그리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궁금한 신규진입자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기 마련이었다.


처음 내가 그 모임으로 참여하게 된 건 독서모임이었다. 여느 때와 달리 반복되는 회사생활로 번아웃이 크게 왔을 무렵, 해당 모임은 책으로 얼굴을 가린 사진을 올리며 '책 먹는 모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만나서 술을 먹거나 게임을 하는 모임은 별로 안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모임에 나가볼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나가자 모임에는 3명이 4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한 명은 남자였고 두 명은 여자였다. 몸집이 큰 여자가 그날의 호스트였고 그 옆에는 귀여운 여자애가 앉았다. 내 옆에는 찐따 같은 남자애가 앉아 있었다. 서로가 읽어온 책을 리뷰하는 자리였다. 몸집이 큰 여자애는 게임 산업에서 일한다고 했다. 여자애가 말하고 내가 말하는 차례였는데, 그때 기준점 이야기가 나오면서, 처음 숫자를 크게 말하면 그게 기준이 되어버린다는 뉘앙스였다. 그러자 몸집이 큰 여자애가 말했다. "그걸 일상에서 응용한 건 없을까요?"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귀여운 여자애가 말했다. "연봉협상이요"


내 특징이 이론적으론 알지만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약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귀여운 여자애의 명쾌한 예에 걔에게 좀 호기심이 들었다. 헤어지는 길에 여자애는 내 연락처를 물었다. 그땐 삶이 척박하고 누구라도 내 삶에 개입해 줬으면 좋겠어서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그 뒤로 여자애와는 연락을 몇 번 했다. 나는 사진 모임의 모델로도 참여하고 있어서, 해당 모임에 같이 가자고 말했더니 그녀는 주말이면 교회에 가야 한다고 했다. 거절당하는 게 싫어 평소에도 먼저 제안하지 않는 편인데, 은연중에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 뒤로 다시 연락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연락을 끊자, 그녀는 다시 연락을 해왔다. "언니, 모임 신청하셨더라고요. 저도 가려고요." 해당 모임은 익명으로 되어 있었지만, 그 익명을 통해 참가신청을 하는 모임이어서 내가 신청한 걸 본 그녀가 물은 것이었다. 그녀가 오든지 말든지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나란 사람에 호감을 느껴서 참석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싫진 않았다.


해당 모임은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모임이라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그녀는 좀 늦는다고 카톡을 보내왔다. 우리 세명은 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제 어딜 가나 내가 가장 연장자에 속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한 여자는 사회복지사라고 했고 다른 여자는 구직 중이라고 해다. 구직 중인 여자가 갈만한 카페를 추천해 주었다. 나머지 세명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녀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나는 한해의 성과를 블로그로 말하고 있었다. 그전까지 블로그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 삶이 노출되는 것이 싫어서였다. 입사준비할 때에 네이버 아이디를 썼었는데, 입사하고 나서 혹시나 해서 내 아이디를 구글링 해봤더니 내 회사뿐만 아니라 중고판매내역까지 모두 나오는 것이었다. 누가 내 아이디로 검색하면 이처럼 모두 나올 것이란 생각을 하니까 좀 섬뜩해져서, 블로그를 하는 건 안 하기로 했었다. 왜냐하면 내가 동기의 아이디를 쳐봤을 때도 마찬가지로 모든 정보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그로부터 8년이 흘러 있었고, 무료한 나날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스팸문자가 자주 오는 게 짜증 나서, 이런 문자를 받는 게 나뿐만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고 당시 보이스피싱도 만연하고 있어서 정보공유차원에서 해당 문자를 캡처해서 올렸다. 그랬더니 일방문자수가 1000명이 넘게 들어오는 것이었다. 파워블로거들의 일 방문자수가 1000명인 것이라 생각하면, 너무나 쉽게 그 수치를 달성한 것이었다. 그 점으로부터 착안해 그때부터 내가 본 영화나, 하루동안 느꼈던 점을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그건 항상 반복되던 일상을 새롭게 보는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쓰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걸 경험했다. 그러던 중 네이버카페 지역글에 한 글이 올라왔다.


"블로그 하시는 분 같이 소통해요"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끼리 연합하면 더 큰 목적을 이룰 수 있단 걸 믿었다. 그래서 연락을 했더니 그녀는 두 개의 제안을 했다. '금년동과 다름동 중에 어느 곳이 좋아요?' 그 두 군데는 그녀가 체험단 당첨된 곳들이었다. 파워블로거는 체험단 목록을 엑셀로 정리한다는데, 그녀의 블로그를 가보니 일방문자수가 1000명이 넘었다. 그녀 또한 내 방문자수를 보고 총 방문자수는 얼마 되지 않는데 일방이 높아서 만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날은 비가 왔다. 시골길을 좇아가보니 전혀 이런 곳에 있을법하지 않을 하얀 카페 건물이 보였다. 신상 카페라고 했다. 해당 카페에 들어가자 잘 정리된 조약돌이 바닥에 깔려 있었고 입구에는 곡선 모양의 전신샷을 찍을 수 있는 거울이 있었다. 구경을 하고 있으니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인 듯한 여자애가 말을 걸었다. "혹시.."

"안녕하세요" 그녀는 가야 할 곳이 너무 많은데 같이 갈 사람을 찾는 것도 일이라고 했다. 원래는 남자친구와 같이 다녔는데, 그 애인과 헤어지게 되어서 동생을 꼬시고 있지만 동생도 남자 친구가 있어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그녀는 다른 체험단을 말하며 "다음에 같이 가자"라고 말했다. 구인글을 올렸을 때 나 말고도 연락해 온 여자애가 있다면서 셋이 가는 게 어떻냐고 물었고 나는 괜찮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