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나 졸려'
'어 그럼 좀 누워있어'
라며 그는 앞에 앉아 있고 나는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통금시간에 들어가야 하는 숙소때문에라도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잡았고 결국 개방시간은 끝나버렸다.
'조금만 보다 가'라고 하며 그는 부산하게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고 다시 돌아왔다.
라며 그는 경기를 보는 중간중간 뒤돌아보았다. 졸렸지만 그 상황에서 잘 수는 없었다. 그걸 그는 축구가 재밌어서라고 착각했다. 재미있지 않았다. 그런 척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 상태를 체크하며 눈을 뜨고 있는 걸 보고 '잘 보네'라고 했다. 결국 골을 두개나 더 넣고 이겼지만 경기가 끝났을 땐 그도 나도 말을 하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까 숙소 열었는지 거기까지만 데려다줘'
라고 하자 그는 차를 몰기 시작했다. 평일의 번화가는 이상하리만큼 사람이 없었다. 역시 센터 주차장은 막혀 있었고 '잠깐만 기다려줘'라고 다녀온 입구는 단단히 잠겨 있었다.
'닫혔어'라고 뛰어와 그에게 말하니 그는 누군가와 카톡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냥 돌아가자. 세종 가야지 뭐'
라고 했고 그는 '데려다줄게'라고 했다.
'아냐. 그럼 내일 아침에 올 방법도 없고. 차가 있어야 돼서 가져가야돼'
라고 하니 '그럼 네 차로 운전한 다음 나는 택시 타고 돌아올게'
라고 했다.
'폐끼치는거 싫어'
'에이 폐는 무슨'
이라고 하며 다시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그를 만나지 않은 동안 차를 바꿨지만 그는 그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관심이 없었다. 만나는 순간엔 그의 이야기만 하고 내 하소연은 들어주었지만 스친듯 한 이야기는 기억을 못해서 두번 이야기 하는 일이 잦았다. 그걸 탓하고 싶진 않았다. 나도 그에게 그랬으니. 하지만 축구를 볼때 그의 아픈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병간호해야했던 어머니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움직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를 신뢰할 수 없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의 볼 예정인 수능 이야기와, 그럼 도시락은 누가 싸주지 이야기하는 것에서 '나 도시락 한번도 안싸봤어'라고 하며 '그냥 사는게 경제적인거 같아'라고 하니 그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가는 길에 멋지게 등장하기 위해 아는 형의 페라리를 태워달라고 할까, 아님 경찰차를 타고 들어서볼까 하는 중이었다.
'난 관종인거 같아'그가 말했다.
'응. 난 아니야'라고 내가 말했다.
수능을 왜 보냐고 하자 의대증원에 대응하는 현역의 대응이라고 했다. 높은 점수를 의사들이 받으면, 수험생은 의사에 입학하지 못하니까 카르텔 비슷한 거였다. 그는 정치적인 면모를 자주 보였다. 사람을 어떻게 모으는지와 그들에게 잘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귀신같이 아는 애였다. 처음엔 그런 면이 배울점일 수도 있을거 같아서 호기심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주위 사람들을 신경 안쓰고 독단적인 나와, 항상 주변인을 신경쓰며 케어하는 그는 정말 달랐다. 그런 이권을 수호하는게 썩 좋지는 않아 보였지만, 똑똑한게 그의 장점이니까 그의 능력을 이용하는거라 생각하는 거라 생각하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