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자'
라고 그는 말했지만 '못자겠어 납치할까봐'
라고 말했더니 '네가 할 소리가 아닌거 같은데'라고 했다.
그는 드물게 차를 안전운행했고, 도로에는 차가 한대도 없었다. 마침 블루투스에선 'she'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이거 결혼식때 연주했는데'라고 결혼이 화두에 나오지 그는 응수하는 말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거 사실 알바로 간건데 요샌 거의 퀄텟으로 해서 일이 없어'라고 하자 그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게 우리의 대화였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만 하고 그게 연결되지 않았다. 그는 '지금 가서 씻고 자면 3시쯤이고 일어나면 5시간 정도 자겠네. 피곤하겠다'라고 했다. '넌 몇시쯤 자?'라고 물으니 '3시쯤' '그럼 너무 적게 자는거 아냐?'라고 하니 원래 그렇다고 했다.
'아는 형 역까지 데려다주느라 180 밟았는데 진짜 쫄리더라'
라고 그는 지난 일 이야기를 했고 '나도 요새 그래. 주말마다 답답해서 바다에 가'라고 했더니 그는 '어디?'라고 했다.
'서해'
'태안?'
'응'
'힘들면 연락해.'라고 했지만 다신 그에게 전화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끝까지 내가 혼자갈 수 있다는데도 굳이 데려다주는 그였다. 아마 내가 한 배려들에 뒤늦게 미안한 생각이 든 거 같았다. 하지만 정말 나는 혼자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는 내가 다시 연락을 안할거라 생각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맞았다. 그에게 만약 연락이 오더라도 서서히 텀을 늘려가며 안할 예정이었고 그건 나의 패턴화된 것이었다.
그의 형이 사는 동네가 나와 가깝냐고 묻고는 '근데 가는길이 왜이리 어두워?'라고 했다. '택시 없으면 어떡하지. 없으면 이 차 다시 가져가'라고 하니 '설마'라고 했다. 그러는 동안 이미 주차장에 도착을 했고 차는 만차였다. 결국 평행주차를 한 다음 지하주차장을 거슬러 올라오니 곧 택시가 잡혔다.
'편의점까지만 데려다줘'라고 그가 말했다.
가는 동안 '추석에 뭐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다.
'그냥 어머니 만날거 같은데. 넌?'
'난 가족이 올 거 같아'
'그때 잠깐 보자'라고 그는 말했지만 확답을 하지 않았다. 명절은 막상 다음주였고 별로 보고싶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러던 중 택시가 왔고 그는 떠나는 순간에도 내 눈은 보지 않은채 차에 탔다.
'아저씨가 날라와서 도착했어'
'잘자'
라고 보내자 다음날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