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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Jul 10. 2024

그는 신뢰할만 하지 않았는데 믿고 싶었어


'뭔데?'라고 들어가니 그동안 없었던 다람쥐철창이 보였다. '친구가 잠깐 맡아달라고 해서'라고 한 그의 다람쥐는 아래 배변패드에 똥이 한가득이었다. 다람쥐는 파닥파닥 움직였고 '먹이 한번 줘볼래?'라며 그가 해바라기씨를 건넸다. 그걸 건네니 다람쥐는 등을 돌리며 갉아먹기 시작했다. '귀엽지?' '응' 다람쥐가 있으니까 혼자 사는 그의 삶의 덜 불안정해 보였다. 그는 다람쥐를 보고 있는 내게 승모근을 안마하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한 스킨십이었지만 생각보다 시원해서 물리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나가자 그는 계속해서 내 어깨를 주무르며 거실로 따라 나왔고 자리에 앉자 베개와 이불을 가지고 나왔다.            

   

그는 '누울래?'라며 앉은 자세를 눕혔다. 그는 누워있고 나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새 축구는 시작했고 그는 방의 조도를 낮췄다. 한참을 그렇게 보고 있다가 축구팀은 실점을 했고 그는 계속해서 내 무릎을 토닥였다. 눕고 싶지 않았지만 그는 곧추선 내 허리가 흐트러지는 순간 감싸안아 내 무게중심을 낮추게 했고 엉거주춤 그의 팔을 베고 눕게 됐다. 화면속 그들은 원정경기여서 영 힘을 못쓰는 듯 했고 나 또한 타인의 공간에서 우물쭈물 하기만 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그는 내 팔과 그의 팔을 밀착했다. 얇은 여름용 이불 안에 그의 손은 여름 한낮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내 팔을 톡톡 두들기며 '왜이리 땀이 나?'라고 물었다. 나는 연인이 아닌 사이에 어느새 집까지 와서 같은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상황이 어색하기만 했다.                

그는 가슴까지 덮힌 이불을 조금씩 머리를 끌어당겼다. 이불이 정수리를 뒤덮을 때쯤엔 화면의 불빛이 이불에 가려 그의 형체를 구별할 순 있지만 불투명하게 보였다. 그는 천천히 내 얼굴로 다가왔고 그 기분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는 망설임과 잊고 있던 기억을 점차 되살아나게 했다. 그의 입이 내 입술에 닿았을 땐 '이미 틀렸다'라는 생각으로 뒤덮였고 그는 윗입술과 아랫입술로 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차래로 앙다물었다. 나는 계속해서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막상 들어온 그의 입술이 너무 부드러워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의 팔이 내 옷 속으로 들어왔고 내 손도 자연스레 거의 반팔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팔의 털은 곤두서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혼란해 하고 있었고 그 또한 성급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그는 내가 그에게 응하지 않고 멈추어 있자 그건 아랑곳없이 내 브라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나는 캐미솔을 입고 있어서 그는 후크를 찾으려다 찾지 못해 아랫섶에서 위로 손을 미끄러져 들어왔고 기어이 패드에 도달해 유두를 가볍게 꼬집었다. 그는 발기해 있었다. 갈곳을 잃은 내 손을 그의 음경에 갖다 대었고 그건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그걸 잡길 원하는  것 같았으나 기어이 내 팔은 상체로 되돌아 갔고 그는 거듭 내 손을 그의 그것에 갖다대었다. 내 불확실한 마음과 달리 유두는 딱딱해지고 말았고 그는 뒤이어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음모를 가볍게 스쳤다. 그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고 상체를 세우자 그도 행동을 멈추고 몸을 세웠다. '왜?'라고 그는 물었다.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라고 말하니 그는 '갑자기 네가 여자로 보여서'라고 대답했다. 그를 만나던 일년여간 그는 산책하며 손을 잡았고, 헤어지자 그에 대한 정의를 며칠동안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가 그냥 장난스레 손을 잡은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번은 주유를 하면서 오픈카 위로 튀어나온 내 머리를 쓰다듬은 적이 있었다. 그가 말했다. '나는 내가 손을 잡고 머리를 만져도 네가 가만히 있길래 괜찮은 줄 알았어' 하지만 그건 그가 만지고 싶어 날 만졌을 뿐 서로의 합의라던가 그런건 없었다.            

    

'우리 처음 만나던 날 기억나? 식사만 하고 네가 문자 보냈을 때 내가 답이 뜨듯미지근하니 네가 그랬잖아. 커피도 안마시고 가는게 어딨냐고 식사값은 반 해서 보내주라고. 나도 그때 감정이 확실하지 않아서 그때 내가 잡았잖아. 식사비는 돌려드릴테니 다음에 한번 더 만나자고. 근데 너도 한번의 만남으로 종료할 만큼 내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던 거잖아.'     

'응'     

'나는 내가 아니면 안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조건이 촘촘해지잖아. 근데 넌 나를 여자로 보는거지 내가 좋은게 아닌거 같아. 그동안 내가 많이 배려했다고 생각했어. 물론 너도 그랬지. 만날때마다 식사를 사고 시술도 해줬으니까. 근데 내쪽으론 한번도 안오더라고. 병원이 세종에 있는데도. 그래서 난 아니라고 확신했어.'     

'미안해'     

'내가 힘든 일 있을때 네가 도와줬어서 잘해줘야 겠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게 항상 나의 노력으로 인해 이뤄졌단걸 어느순간 깨달았고. 넌 얼마든지 사람 골라서 만날 수 있잖아. 다시는 못볼거 같아.'     

'그러지마, 정말 미안해. 반성하고 있어. 그냥 널 보는데 갑자기 이성으로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아. 다시는 그런일 없게 할게'     

'네가 이혼하고 원나잇 한다는 아는 형 얘기한 적 있잖아. 나는 그 이야기에도 네가 영향을 받았을거라 생각해. 나 갈래'     

'아냐 그런거. 요아정만 먹고가.'     

'싫어.'라고 하며 그를 뿌리치고 나왔다.     

하지만 그는 뒤이어 따라나왔고 '이렇게 가면 어떡해. 진짜 잘못했어. 응?'     

라고 했지만 그와는 끝이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지나간 사람들 모두 그랬어. 항상 어떤 별거 아닌 사건으로 사이가 끝나버리는거. 패턴인거 같아. 처음에 너 잡은걸 후회해. 네가 맞았어.'     

'아냐. 나 너 잃기 싫어. 잠깐만 있다 가. 디저트만 먹고 가자 응?'하며 그는 간청했다.     

그의 계속된 설득에도 움직이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어느새 엘레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날 웃게 하려고 했다. 집 앞에 가니 배달이 도착해 있었다.               

'어 왔네'라고 들어갔고 그는 그릇을 부산하게 가져오며 과일을 따로 덜었다.     

'3만원짜리 디저트네'라며 젓가락을 부지런히 가져왔다. 애플망고의 맛은 미적지근하고 맹맹했다. 그는 옆에서 끊임없이 말을 했다. 침묵이 싫은지 경기를 중계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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