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출?'
출근 잘했냐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한참 있다 보냈다. 이미 출근했지만 '이제 막 일어났어. 가야지'라고 했다. 어짜피 거짓을 말해도 그는 모를 것이다. 안다고 해서 의미가 있는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는 죄책감을 덜고 싶었을 뿐이었을 테고 '하루 잘보내'라고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해 버렸다. 그는 다시금 다음주에 만날걸 물었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명확한 날짜와 시간도 정하지 않고 여느때처럼 본인이 시간이 될때 부를 것이다. 그는 나에게 집중하지 않았고 나 또한 그에게 그러지 않았다. 그냥 외로울 때 서로를 찾는 관계, 하지만 그는 외로울 땐 자격증을 따거나, 수능, 언어를 공부했다. 그에게 그런건 배웠다. 결국 외로움은 혼자 처리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므로 나도 혼자 연주를 하거나 공부를 하곤 했다. 그건 그가 내게 준 좋은 영향이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몰입하지 않으며 단지 차를 마시고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그가 좋아하는 축구를 같이 보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다시한번 자문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게 뭔지 모를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와 그런걸 하고싶은 마음이 따로 들지도 않았다.
그는 말했다.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건 서울대 들어간거랑 의사면허 딴거야. 근데 서울대 들어간게 훨씬 좋았어'
'사랑한 사람은?'
'생각해보면 이정도면 괜찮은거 같아 썸타다 사귄거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못 만난거 같아'
'아..난 대학 들어간거랑 취업한거네. 근데 취업한걸 후회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어. '
'시간이 지나야 하는거 같아'
'어 정말. 시간이 빨리가면 좋겠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