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아 Jul 15. 2024

분노의 하루하루

수행사의 실수 때문에, 신뢰는 떨어졌지만 어떻게든 올해 사업은 가지고 가야 한다. 한 번은 국회 요구자료 때문에 자료가 날아와서, 그 때문에 주말에까지 전화 와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보좌관이 주말에 전화하는 건가요?"내가 묻자 그는 말했다.

"이유를 a4반페이지로 써서 주세요"

하지만 그 이유는 법인별 매출액을 재작년까진 줬던걸, 작년은 청이 구간값으로 줬기 때문에 수치를 못 뽑아내는 거였다. 이 이유를 반페이지로 써서 주말에 달라는 그의 갑질에 말했다.

"보좌관 연락처 주세요 제가 연락할게요"

그러자 그는 '아닙니다'하고 통화를 끊었다.


하루는 사무관이 왔다. 사업과 연계되어 있어서 온 그는 보스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재가 떨어졌는지 내게 말을 걸었다.

"일 많으시죠?"

"예"하고 넘기는데 옆에서 보스는 "아니에요"라고 한다.

그가 내가 아닌데 왜 본인이 답하는지? 보고 드리러 갔을 때 게임하고 있는 걸 보면 그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무자가 일하고 있는 걸 이제 즐기고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일은 실무가 다하고 본인은 꿀 빨겠지.


업체가 선정되었는데, 과거 실수를 많이 한 업체라 사무관이 물었다.

"고생 많으시죠" 그가 말했다.

"예, 끌고 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보스는 어색한 미소를 띤다.

평소 같으면 폄하해야 하는데 본인보다 윗사람이 있으니까 뭐라 말 못 하는 거다.






내 자리는 보스가 일어서면 바로 보이는 자리라 사무관은 또 말했다.

"아유 여기 너무 잘 보이네 거울 세 개 모니터 앞에 딱딱 붙여놓으세요. 화면보호기도 해놓고"라고 말하자 보스는 말한다.

"화면 안 봐요"라고 그는 말했지만 평소에 화면보호기를 해놓은 직원에게 '뭐 해'라면서 화면을 뚫어지게 보기도 하고, 지나가며 내 화면도 응시하곤 하는 그였다.

거짓말하는 그였지만 그냥 웃어넘겼다.


수행사가 보내온 파일이 있는데, 그날도 지나가며 내 화면을 보며 그는 말했다.

"이거 다 틀렸잖아" 목소리 톤을 올리면서.

대응하기도 싫어 그냥 파일을 보스에게 보내주고 말았다. 그는 자세히 보더니 "다시 보니까 맞더라고"라고 답했다. 나는 회사가 너무 싫다. 그래도 사무관같이 사기업에서 온 사람은 생각이 트인 것 같은데, 그냥 마주치는 모든 사람이 싫다.




감사에 걸려 퇴근 기록을 증빙하라는 연락이 왔다. 하지만 메신저가 새로 바뀌어서 퇴근 이후 보낸 쪽지는 찾을 수 없다. CCTV를 까라고 하자 인사팀도 없다고 했다. 개인에게 짐을 덮어씌우는 그들의 행태는 이제는 지겹다. 결국 감사통보가 날아왔고 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예전 산재처리 안 해주려고 CCTV기록 찾을 땐 찾더니 왜 이번엔 못 찾는 건데? 내가 퇴근을 시간 전에 한 것도 아니고 증거가 없다고 통보 때리는 게 말이 되냐고! 시스템적으로 증거도 찾을 수 없게 해 놨잖아!"

라고 월요일 아침부터 출근하자마자 소리 지르니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노조에게 찾아가 말했지만 그도 걸렸다며 본인은 그냥 받겠다고 했는데 나는 참을 수가 없다. 이의제기 절차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는 답이 없다.


정말 이럴 땐 사람들 다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진다. 총기소지가 가능한 나라였다면 이미 여러 번 사상사고 났을 것이다. 나만 이런 분노에 휩싸여 있진 않을진대, 사회도 이런 부조리함에 너무 Fragile 한 상태에 다다른 것 같다. 이럴 때면 다시금 슬금슬금 한국을 떠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집 나간 입맛은 돌아올 길 없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