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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Jul 14. 2024

집 나간 입맛은 돌아올 길 없고

누가 밥좀 해주세요

여름에는 집 나간 입맛이 돌아오지 않는다. 원래 아침은 안 먹는다. 출근하면 믹스커피를 한잔 먹고 카누를 계속 마신다. 그러다 11시쯤 되면 배가 고파진다. 그럼 뭘 먹을까 생각하지만 먹고 싶은 건 딱히 없다. 집 앞에는 덮밥집과 김밥집이 있는데 이걸 돌려 막기 하는데도 한계에 달했다. 그러다 질리면 슈퍼에서 떨이상품으로 초밥을 파는데 8피스에 7천 원이다. 그걸 사서 장국을 끓여 같이 먹는다.


정말 입맛이 없다. 원래 적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 선호하는데 음식을 할 힘은 없다. 장을 보고 채워진 냉장고를 보면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다. 이걸 차곡차곡 해치워야 하는데 하는 부담감이 들곤 하는 것이다. 가끔 장을 보면 버섯을 사는데 지중해식 올리브유볶음을 해 먹곤 한다. 재료는 소금과 후추이다. 청양고추도 하나 넣어주면 그게 한 끼 식사다. 8백 원의 행복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불 앞에 서는 건 고통스럽다. 에어컨을 켰음에도 불구하고 더운 열기에 잠시라도 있기 싫어질 때면 배달 음식이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최적은 최소주문금액이 적은 메뉴이다. 보통 프로모션을 위해 업장에서 금액을 낮게 해 둔 걸 볼 수 있는데, 그걸로 시킨 게 로제떡볶이와 순살치킨이었다. 처음 시켰을 때 리뷰이벤트로 콜라와 치즈볼까지 줘서 혜자라고 생각하며 다음에 다시 시켰더니, 처음과 같은 닭이 아니고 맛이 아니었다. 노력하는 소상공인이 리뷰테러당하면 나까지 마음이 안 좋아지고 말아서 도와줘야겠다 생각은 들지만 소비자는 냉정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 시킨 게 짬뽕이었다. 가게에 가서 먹을 수도 있지만 가게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떠나기 싫을 땐 높은 최소주문금액이라도 무리해서 탕수육까지 시킨다. 보통 삼만 원이 넘으면 이걸 세끼로 나눠먹는데, 처음에 온 짬뽕은 소분하여 전용용기에 담아두고, 탕수육소스도 소분해서 상하지 않게 보관한다. 메뉴를 두 개 시키면 군만두가 따라오는데, 첫째 날과 둘째 날에는 나눈 국물과 고기로 먹고, 셋째 날에는 군만두와 집에 있던 누룽지를 먹는 식이다. 경제적인 건 식당에 직접 가서 먹는 거지만 봉두난발에 이보다 편할 수 없는 티쪼가리로 집 밖에 나가는 건 위험하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 사는 사람의 식탁은 불안하기만 하다. 차선책으로 구내식당도 있지만 그건 너무 맛이 없다. 괜히 사람들 마주치기도 싫기도 하다. 누가 매일 집 앞에 그날의 식단을 가져다줬으면 좋겠다. 식단배송시스템도 시켜보았지만, 가게별 특유의 맛은 3번 시키면 질리고 그마저도 너무 달고 자극적인 맛이었다. 집밥 같으면 좋을 텐데 그건 욕심일 것이다. 집에 밥 하는 기계가 있어서 차려주거나 상주하는 사람이 있어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도우미를 쓰는 거겠지. 아 돈이 많으면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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