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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Jul 23. 2024

불쾌지수 100%

아버지는 공조 전공이다. 하지만 본가에는 에어컨이 없다. 자취할 때 처음엔 에어컨을 들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제습기를 보내줬다.


하지만 7월이 지나갈수록 날은 폭염을 기록했고 결국 에어컨을 샀다. 어머니가 연락이 왔다.

'제습기는 잘되니?'

'아버지가 물으셨죠. 저 그거 팔았어요. 제가 원해서 주신 것도 아니잖아요. 마음대로 줘놓고 감사하단말 듣고 싶으시대요? 제발 그만하세요.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요.'

'아빠가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내가 하도 더워서 묻는 거야'


이럴 때면 돈 벌어서 자식들에게만 다 쓰고 본인들을 위해선 에어컨을 사지 못하는 부모가 싫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사서 보내드리지 않는 나도 싫다. 부모처럼 본인에게 가혹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의 어느 부분에서 타인에게 관대하고 나에게는 엄격한 모습을 발견할 때도 이런 내가 싫어진다. 날이 더워서 불쾌지수가 올라가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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