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서 주말이면 영활 몰아보곤 한다. 본 영화는 새벽의 모든이었는데, PMS를 지닌 여성이 공황장애를 갖고 있는 청년과 서로 연대하는 이야기였다. 나도 생리전증후군이 심한데 회사에선 생리휴가를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회사에서 참곤 한다. 극 중 여자는 PMS가 오면 평소의 남을 배려하는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본심이 나와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곤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녀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할 때마다 희열이 느껴졌다. 사회생활하면서 제일 답답했던 게 사람들은 본심을 말하지 않고 거짓을 말한다는 것이었는데, 예를 들면 하기 싫은데 다른 걸로 핑계를 댄다던가, 부당한 지시를 상사가 내리면 중언부언 이유를 갖다 붙이는 등이었다.
여자는 피엠에스를 완화하기 위해 요가를 하는데, 수업에서 그녀와 같이 듣는 여자가 '생일 축하 같은 거 답장하기 귀찮아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하는데 체면 때문에 해야 하는 생일축하, 그리고 그에 답해야 하는 의례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은 아주 피곤하다. 그래서 카톡에서 타인의 생일 안 뜨게 해 놨지만 회사에서 생일마다 직원 챙겨주기도 사실 별로 쓸데가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직원생일을 챙겨서 뭐 한담? 나는 그 어색한 시간이 싫어 챙겨주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런 게 사회생활이 돌아가는 원리겠지..
아무튼 극 중 남자는 원랜 엘리튼데 공황 때문에 단순작업을 하는 회사에서 일하는데 처음엔 일 안 하고 탄산수만 마시다가 극 중 PMS 여자가 '탄산수 소리 되게 거슬려요'라고 말하자 깨갱하는데, 사실 사무실에서 소리는 사람에 따라 굉장히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 또한 사무실에서 손톱 깎는 소리, 감자칩을 먹는 소리 등 아주 거슬리는 일이 많지만 어쩌면 직접적으로 말하기 조금 껄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때 오히려 서로가 조심하고 터놓고 말했을 때의 장점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일본사회나 우리 사회나 아직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고 느꼈다.
남자가 '공황과 PMS가 같나'라고 말했을 때 여자의 '질병에도 등급이 있나요?' 반문한 것에 동의했고, 그들이 서로의 병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며 처음엔 회사에 관심이 하나도 없던 남자가 나중엔 과자를 사 오기도 하는 모습이 좋았고, 여자가 그런 남자를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라 순전히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걱정이 되어 갔다가 머리를 잘라주고(미용실에 못 가기 때문이다), 생리증후군이 올 거 같으면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지 않도록 청소를 시킨다거나 주의를 돌려주는 게 좋아 보였다. 결말도 클리셰가 아니라 더욱 좋았다.
어쩌면 나도 '혼자인 게 좋아'라며 애써 사람을 쳐내며 지냈는지도 모른다. 누구와 접촉할 기회도 애써 만들지 않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부족하고 완전하지 않지만 이런 나라도 사랑해 줄 사람'을 원하고 있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걸 같이 보고 맛있는 걸 먹는 것도 좋지만, 이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나보다 상대의 안위를 걱정하고 싶다.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안된다면 그런 걸 동식물에 쏟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