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마다 언어를 배우러 간다.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주말을 생산적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신청했지만, 첫 수업에는 귀찮다는 마음이 앞섰다. 주중에 에너지를 쓰면 주말에는 집콕하며 쉬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나가게 되면 더 긍정적인 영향이 온다. 바람을 쐬고 내일도 쉴수 있고 사람들 구경하면 에너지가 생기는 것이다.
선생님은 나랑 동갑인데 해당 연월일을 읽는 방법을 연습하다 알게 되었다. 겉으로 봤을때 '나랑 나이가 비슷하겠네' 생각했지만 실제로 동갑이었다. 그리고 저 사람은 어쩌다 한국에 와서 강사를 하고 있으며, 바이링구어를 하는데 약간의 실수를 하는게 더 친밀감이 들었다.
나는 20대땐 타인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었으나, 이젠 먼저 말 걸지 않는다. 그래서 수업 듣는 사람이 나 빼고 2명이 더 있는데 그냥 쉬는시간이 되면 블로그 체크하고, 주가 체크하고 있었다. 근데 옆에 있던 여자애가 마이쮸를 줬다. 아까 연월일 연습할때 94년생이라고 했던 애였다. 이제 어떤 모임을 가도 나보다 어린 애들이 과반수 넘게 차지하지만 나이를 드는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그만큼 더 성숙할 걸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공식품 줄이기를 하고 있기에 주머니에 넣어놨다. 혹시 여자애가 돌아왔을때 마이쮸가 그대로 있는걸 보면 좀 그럴거 같아서다. 그래도 먼저 뭘 줘서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쳤을때 말 한마디 걸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침묵이 더 편한 난 말 걸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이에요?' 묻자 그녀는 '학생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라고 해야할지 애매하네요' 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직업을 바꾸기 위해 준비중이에요' 라고 하자 호기심이 들었다. 어떤걸 하려고 그러는걸까. 나도 그런데. 그때쯤 엘레베이터 문은 열렸고 우린 각자의 길을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