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에는 인사발령이 나기 때문에 옆 팀으로 옮기게 되었다. 승진 같은건 능력으로 이뤄지는게 아니라 연줄, 정치, 아부로 이뤄진다는걸 알고 난 뒤부터 연연하지 않게 됐다. 그래도 속상한건 사실이었다. 저번주에 발령이 났고 금요일엔 연차를 내고 새로운 팀에서의 첫 출근이었다.
월요일이기도 하고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이 높은 직급을 갖게 됨에 아침부터 출근하기가 고역이었다. 주말에는 플랜비를 생각하고 버킷리스트를 적으며 '아 이것만 되면 회사 그만둘 수 있을텐데' 희망회로 돌리며 보냈다. 그래도 기분좋은 생각을 하니 금요일의 괴로웠던 심정보다는 좀 나아졌다. 출근을 하니 사람들은 이미 짐정리에 한창이었는데, 소리에 예민한 나는 서랍 끄는 소리나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에서 벗어나 잠깐 라운지에 갔다가 그런 소리가 잦아들 때쯤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점심 이후에 각자의 업무에 대한 브리핑 시간을 가졌는데, 기존에 하던 업무 중 행안부의 평가를 받는게 있어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 업무는 아무도 맡기 싫어하는 업무고 기관 내 사람들의 인식이 미미한데 기관장의 의지도 전무하다 시피해서 이럴거면 다른 부서로 옮기자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었는데 그게 내 팀으로 온 것이다. 부서장도 이 업무는 우리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회의가 끝나자 기존 팀에게 가 이 업무를 맡을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옆 팀은 '예산을 (우리에게) 떼 줬기 때문에 맡을 수 없다' 라고 했다.
우리팀장은 '우리팀 사업 소관도 아닌 업무를 맡을 순 없다'라고 하다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소리가 나자 나는 그 둘을 바라보았고 보스가 날 불렀다.
(나) '데이터 공유 부분은 우리 소관이 아닌데 할수 없습니다'
(옆부서) '업무분장이 그렇게 된거고 예산을 주지 않았느냐'
(나) '해당 예산은 컨설팅 비용이고 그 외의 평가 항목인 인력, 예산유치, 그 외 각 부서의 협업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은 예산으로 안되잖습니까'
그러다 목소리는 점점 커져, 어느새 대화는 같은 공간의 본부원이 다 듣게 되었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커지자 나 또한 언성을 높이게 되었다. 평소에 사무실에서 난 정말 조용히 있는듯 없는듯 말도 잘 안하는 스타일이다. 결국 두 부서장은 본부장에게 다시금 이 업무의 조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품이 많이 드는 업무인거 알고 평가도 안나오는 업무를, 그래도 나니까 승진에 욕심 없으니 했지, 이걸 또 다시 다른 팀으로 보내어 '나만 아니면 된다' 라는 이기적 태도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래도 언성 이후에 '그래도 아닌건 아니라고 말한것'에 대해 자기효능감을 느꼈고,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다를 시전하니 타부서 선배는 내게 해야할 말도 토스해서 신입을 통해 전하게 하더라. 사회생활에서는 요구할 건 요구하고 기세를 보여주는게 유리하다. 만만하면 무시당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