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하는 걷기라고 하면 회사 옆 낮은 산을 천천히 트래킹하는 것이다. 걷기를 안좋아하는건 아니다. 해외여행을 하게되면 곳곳을 탐험하는 느낌으로 골목을 걸으며 특유의 상점과 벽화를 살펴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호기심이 많은 나는 걷기를 안좋아하는게 아니라 똑같은 풍경을 걷는것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하게 되면서 달라졌는데, PT샵에서 운동을 할수도 있지만 밀폐된 공기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보단 자연공기를 마시며 걷는걸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날이 좋은 때는 산을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건강검진을 할때면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말을 종종 들어서 몸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는 가볍게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몇번이나 들었다.
자주 가는 산은 산이라기보다 언덕 수준인데, 사실 평탄한 경로를 주로 걷는 내 선호때문이기도 하다. 항상 같은 코스로만 도는 걸 지겨워해서 저번엔 한번 정상을 찍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걸어갔다가, '입산 주의' 라고 쓰여진 나무에 걸린 띠를 보고 이상한 곳으로 길을 들어서 험악한 돌을 기어서 한참을 헤매고 나니 원래 항상 돌아오는 장소가 아닌 다른 입구로 도착했다. 당연히 시간도 지체되었고 휴대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시간은 정오 즈음이었고 어둠이 깔려있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순간 어떤 사람이 쓴 에세이에서 '산에 갔다 죽을 뻔했다' 사연이 뇌리속에 떠올려지기도 했다.
그래서 보통 가는 코스로 다니는데, 여기선 드물지만 고라니도 볼 수 있고, 소리가 들려 나는 장소를 돌아보면 청설모가 휙휙 움직이다가 날 빤히 보고있는 때도 있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는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새마다 나는 소리가 달라서 새들의 합창 소리를 듣고 있으면 '숲속 음악회가 따로 없군.' 생각하곤 한다. 날이 좋은 봄날에는 '아크릴 물감으로 저 색상을 만들 수 있을까'라고 상상하게 될 만큼 아름다운 꽃을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