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믿는 거 아니에요

by 강아



온누리상품권을 받았는데 쓸 곳은 없다. 재래시장에서 쓸 수 있지만 얼마 전 간 가게에서 음식을 주는 사람의 손톱에 때가 낀 걸 본 이후로 재래시장에는 안 가기로 했다. 모든 가게가 그런 건 아니지만 주차가 불편하고 덜 위생적인 그곳에 가느니 복합쇼핑센터 같은 곳이 편하다. 그래서 당근에 팔기로 했다.


당근은 사실 너무 번거롭다.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지만 만나야 할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십 퍼센트를 깎아 올려놨는데 구매자는 천 원을 더 깎아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구매자는 벤츠를 타고 왔다. 유려한 차에선 어머니뻘의 억척스러워 보이는 여성이 내렸다.

'이체해도 되죠?'

'예'

'근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람? 알려줘 봐요'

갤럭시를 쓰는 그녀의 핸드폰을 이리저리 눌러봤지만 악성코드가 깔린 건지 화면은 다시금 첫 화면으로 돌아왔다.


‘계좌 알려드릴 테니 집에 가서 주셔요'

‘아녀~ 그러지 마~ 돈에 대해선 사람 믿는 거 아니에요. 아들에게 전화해야겠네. 아들~ 통화 가능해? 계좌 줄 테니까 여기로 돈 보내줄래?'

하고 그녀는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있는데 둘 다 결혼을 했고 작은아들은 아직 아이가 없다는 TMI를 알려주며 돈을 보내주고 떠났다.




그리고 남겨진 나는 그녀의 직업은 무엇일까 유추했다. 나는 돈을 믿었나 사람을 믿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예전에 Y가 추천한 주식이 3 배거를 간 다음 그는 내게 말했다. ’ 좋은 투자처 있어. 지금 얼마 있어?‘ 내겐 천만 원밖에 없었다. 그에게 돈을 보내자 그는 본인이 필요할 때만 연락을 했다. 내가 필요할 땐 받지 않았다. 그 간격이 6개월쯤 됐을 때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 ‘보증금 빼줘야 해요. 돌려줘요’ 그는 4일 있다 돈을 돌려줬다. 어떤 이익도 붙지 않은 천만 원 그대로였다. 나는 그를 믿었던 걸 후회했다. 사실은 그를 믿었던 게 아니라 돈을 믿었다. 그리고 그건 욕심이었다. 어떤 투자방식을 통해서 이득을 얻는지 물어봤을 때 그는 ‘부띠끄같이 아는 사람끼리만 들어가는 거야’라며 한 달 월급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라며 내 욕심을 자극했다.


그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건 그의 돈과 재력을 사랑했던 것이었고 내가 얼마나 얄팍한 인간인지에 대해서도 혐오가 들었다. 그 이후로 그를 차단했다. 그는 외롭다고 말했지만 책임지기는 싫고 여자는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와의 관계가 끝났을 때 그가 그립다기 보단 불쌍했다. 사람에게 배신당한 그는 사람을 못 믿었고 그럼에도 사람을 갈구했다. 그와 난 비슷한 사람이었다.


그를 차단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음성사서함이 남겨져 있었다. ‘결혼하기 전에 한번 보자’ 그렇게 만나면 마음대로 내 몸을 만지고 희롱할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내 인생에서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냥 돈 많은 아주머니를 만나서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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