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줄 난들 알았나

by 강아



상위기관에 파견을 나간 건 심각한 업무부족으로 나와 트레이드된 김 부장 때문이었다. 그는 나이는 거의 50이지만 미혼이었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돈도 많고, 아무튼 돈이 많다 그랬다. 그럴 것이 돈을 빼고는 그를 설명할 마땅한 부연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업무과정에서 소통을 하면 거의 불통에 가까운 메타인지 제로를 보여주었고, 그와 업무를 하는 누구든 답답함에 가슴을 쳤으며 그와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잠깐이나마 그와 함께 업무를 한 경험을 되살려보면, 그의 업무는 후배나 인턴의 차지가 되기 마련이었고 그마저 꼭 펑크가 났다. 그걸 수습하는 건 동료 직원이거나 업무 권한도 없는 계약직 차지였다. 그로 인해 얼마나 큰 피해가 가는지 말하는 건 입이 아팠다.


하지만 그런 그도 결혼이란 숙명 앞에 마냥 초연할 순 없었는데, 지금이야 비혼이 공론화된다 한들 지금부터 20년 전만 해도 그렇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을 안 한 사람은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간주되었으며, 물론 지금도 그러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지금이 어찌 보면 딱 과도기인 것도 같다.


그래서 파견 갔을 때의 당시 내가 일하던 과 소속이 알던 다른 주무관을 그에게 주선을 하느냐 마느니 하는 소리가 들려올 때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가 그와 업무를 하면서 겪었던 고충을 그녀에게 말해줘야 할 것인가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내가 본 그녀는 나이는 40일 지언정 추태를 보이지 않았고 결혼을 안 했을 뿐이지 일상에서 보이는 모습들도 흠이 있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그녀에게 쌓이는 평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단지 결혼을 안 했을 뿐이었다. 만약 나라면 솔로끼리 아묻따 소개팅을 시켜주는 걸 거절했을 테지만, 그녀는 김 부장을 겪어본 것도 아니었고 어쩌면 사회의 결혼해야 되는 압박에 남몰래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김 부장과 주무관은 만난 것 같았고 서로에게 '어땠대?'라고 물었을 때 김 부장은 싫지 않다는 입가의 엷은 미소로 부정을 하지 않았으나, 주무관의 의중을 물었을 때도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주무관이 김 부장과 만나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구색 맞추기로 맞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여 사는 삶보다 안정적 고용이 보장되는 공무원으로 혼자 사는 게 훨씬 낫다는 걸 나보다 인생 선배인 그녀는 알고 있을 터였다.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나도 그녀처럼 '치워져야 되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 없다고는 말 못 한다. 단지 내면의 신념에 따라 '정말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같이 살지만 아님 굳이 위험을 무릅쓰진 않을 것'을 밀고 나가고 싶다. 그때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지금 내 모습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만, 원래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