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어디에 서식하는가

by 강아

어릴 때부터 시골에 가는 일은 항상 고역이었다. 귀성길은 항상 막혀서 새벽에 일어나 출발하곤 했다. 가뜩이나 가기 싫은데 새벽에 일어나야 하니 더 싫었다. 가면서도 휴게소에 안 들르고 집에서 싸간 음식을 먹는 것도 싫었다. 차 냄새도 싫었다. 울렁거리는 속을 안고 가는 길은 여러 번 가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도착해서는 친척들의 말도 싫었다. 생각해 준다고 하는 말이 '이제 몇 살이니' 하는 말이었다. 관심을 갖는다고 물어본 말이 가장 관심이 없게 들렸다. 내 나이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성적에 관한 이야기. 서로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말들. 비정상적인 남녀 성역할이 나뉘어있는 구조.


성인이 되어 대학을 간 이후에도 바뀌는 건 없었다. 그들이 해준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취업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차라리 나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는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최근까지는 결혼에 대해 말을 들어왔는데 가령 이런 거다.


'만나는 사람은 있어?'

'그래도 나이 들면 다 하더라. (그러니까 미리 하라는 뜻)'

'그래도 해야지'


그래도 해야지라고 말한 사람은 본인이 바람피워서 이혼하느니 마느니로 할머니 속을 많이 썩인 사람이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할머니를 뵐 수 있을 때 뵙는 것도 효도라고 합리화했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오지 않았던 친척들이 알고 보니 위너였다.

이젠 누가 '결혼 안 하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할 자신은 있지만, 더 이상 타인의 무차별한 언어폭행 당하러 시골엔 가지 않기로 했다.

이전 07화뻔한 대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