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대화들

by 강아


아파트 GX에서 요가를 하고 있는데 정규수업이 있는 주중이 아닌 토요일에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딱히 일정이 없던 토요일이어서 나갔더니 적어도 수업을 3개월 정도 들은 사람이 있는 사람이 구호가 아닌 자기 주도적으로 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물론 나는 수업을 1개월도 듣지 않은 초보였기 때문에 그날은 선생님이 자기 요가를 하지 않고 내 요가를 봐주었다.


그날 참여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6명이었는데, 반은 내가 가는 저녁반 사람이었고 반은 오전반 사람들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커피 마시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역시 커뮤니티 안에 있는 카페를 방문했다. 내 커피는 내가 지문 찍고 마셔도 되는데 굳이 한 여자가 사겠다고 해서 마다하지 않았다. 대개 아파트에 사는 여자들은 기혼인 경우가 많았고, 그들은 역시 모두 기혼이었다. 미혼이라고 하자 그들은 내 신상을 캐기 시작했다.


'그럼 아예 결혼 생각이 없는 거예요?'

'당분간요' (대외적으론 비혼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라며 그들은 서로의 신상을 캐기 시작했는데 그들 중 또 아이가 없는 여성이 있었다. 그들 중 누구도 아이가 없는 여성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혼자 자격지심에 물들어 있었다. 물론 아이를 갖고 싶었는데 갖지 못한 것과, 가지기 싫어 가지지 않은 것과는 차이가 있단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듣고 싶지 않은 이웃의 비밀 비슷한 걸 알았을 때 반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들 중 누구는 딸을 데려와서(정확히 말하면 딸이 엄마를 찾아온 거지만) 잠시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조차 자식에게 얽매여 있는 삶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딸이 한 한마디가 있었다. '아빠가 전기세 아낀다고 에어컨 안 틀어 준단 말이야' 소중한 가족에게 돈 때문에 에어컨을 못 틀어준단 건 앞뒤가 바뀐 것처럼 보였다. 결국 그 딸들은 에어컨을 쐬러 단지 내 GX에 왔던 것이었다. 요가강사는 아이들을 예쁘다고 칭찬했지만 내겐 그들이 이쁘게 보이지 않았고, 그들 또한 평범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살아갈 거란 생각을 하니 삶의 연속성이 아득해졌다.


그 딸 가진 부모가 그랬다. '그럼 회사 내에선 마음에 드는 사람 없어요?' 회사에서 부딪힌 사람들의 고유성 때문에 인간혐오에 걸릴 거 같은데, 그녀는 남편을 회사에서 만났다며 (그녀 또한 여자이면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불완전하게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삶에 찌들어있어 해야할 일을 해야하는 의무에 묶인 그녀들이 안쓰러웠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가끔은 비혼에 대한 남성들의 시각보다도 기혼한 여자의 '울타리가 없어서 어떡해?'라는 시각이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런 소속감을 갖기 위해 해야 하는 결혼이라면 나는 기꺼이 비혼을 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