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설이라고 상품권을 줘서 근처 식료품점에 갔다. 내가 알던 곳인 줄 알았지만 주소를 자세히 보니 다른 곳이어서 차를 돌려 갔다. 거기까지만 해도 좋았다. 주차장은 계속 내려가도 자리가 없었고 결국 자리가 없어 평행주차를 하고 가게에 왔다. 장을 보다가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서 쳐다보니 사내커플로 결혼하여 한 명은 다른 곳으로 이직한 사람이었다. 그렇다 할 친분도 없었고 청첩을 받았지만 축의도 하지 않은 사이었다. 그들은 싸늘하게 날 봤지만 아는 체 하지 않았고 나도 지나가는 개를 보는 표정이었다.
장을 보고 계산하는데 '사모님, 금액은 한 번에 쓰셔야 돼요'라고 했다. 사모님이란 호칭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싸가지가 불쾌했다. 말투가 왜 저러지? 그가 장사를 해서 거친 말투를 갖고 있다 하면 나는 일차적으로 그런 사람을 피할 수 있단 것에서, 즉 무차별 사람을 응대하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에서 응당 감사함을 느껴야 할 테 였다.
결국 싫은 소리를 듣고 가게를 나와서 또 구불구불한 주차장길을 따라 밖으로 나오니 연휴 시작일이었다. 집에서 쉬다 보니 아까의 감정은 누그러진 듯도 했다. 일은 다음날에 일어났다. 한 번에 못쓴 금액을 쓰려고 가게에 전화했다. 천한 사람을 마주 대하기도 싫어 배달시키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영수증은 없어졌고 가게에 따로 기재해 놓은 장부가 없냐고 하니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무슨 관리가 이래?라고 '그럼 어떡해요?'라고 말하니 '선결제해놓은 영수증이 없으면 처리가 불가능하다'라고만 반복했다.
싹수없는 사장 말투에 나도 대놓고 싹수없게 말하는 중이었다. 결국 영수증을 찾아 헤맸는데 결국 찾았고 다시 전화해서 배달해 달라고 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00야 찾았대'라고 수화기로 들리게 소리쳤고 다른 직원이 웃음소리가 크게 났다. '왜 이리 응대가 미천하지?'라고 생각했고 망가진 기분을 위해서라도 밖에 나가야 했다. 새로 생겼다던 카페는 10km 떨어져 있었고 눈이 날렸다.
쓸데없이 과속하다 카페에 도착했다. 노트북을 가져갔으나 글을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사람은 계속해서 들어찼고 사람이 싫은 나는 또 도망치듯이 카페를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리 기분 나쁠 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 화가 났을까.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로부터는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좋은 태도로 나오지 않으면 나도 곱게 나가지 않게 된다. 물건은 최상품인 가게였지만 나는 다시는 그 가게를 찾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서로를 믿을수가 없으니 점점 접촉을 피하고 비대면을 선호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