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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 노릇하려고 차산거 아닌데요

by 강아

시간은 왜 이리 빠른 걸까. 연휴가 끝났다고 우울한 게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고 주말을 맞이하려 한다. 회사에선 같잖은 걸로 스트레스받았는데 그건 '손님들을 식당으로 모시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물론 식당 주인이 아니다. 동료가 행사가 있었고 중간에 점심시간이 껴있고 식당차는 따로 없어서 회사차를 빌렸다. 그 차는 10명을 태울 수 있어서 직원차가 차출된 것이다. 심지어 행사가 우리 회사도 아니었다. 본부에서 하는 행사여서 나는 회사에서 본부로 차를 가져가서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식당으로 모시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상사의 지시에 거부하지 못했나. 처음에는 우리 회사에서 하는 줄 알았다. 그럼 가서 점심 먹고 오면 되니까 간단하게 생각했던 게 우선 1. 회의가 끝날 때까지 본부에서 기다려야 하는 일인 줄 몰랐다. 난 기다리는걸 극혐 한다. 식당에 가서도 줄이 서있으면 옆가게로 가는 사람인데 점심시간 30분 전부터 회의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기다리라고 했고 그걸 위해선 방문예약을 해야 했다.


좋게 좋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전 따라 전화가 계속 왔다. 제출한 건이 있는데 누락한 게 있어 담당자랑 전화를 주고받다 보니 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고 차를 출발했다. 갔을 때만 해도 기다려봤자 얼마나 기다리겠어했다. 하지만 시간은 30분이 지나갔고 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주차장 자리도 없어서 비상깜빡이를 켜고 있었고 회의는 언제 끝나는 건지 기약이 없었다. 결국 사람들이 나왔을 땐 나를 세워두고 보스는 사람들을 인솔하기 바빴다.


그럴 수 있다. 행사란 게 잡다하고 세세한 것들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동료를 돕겠다고 나선 거지 이런 보조원 업무를 하려고 온건 아니었다. 이걸 하고 맛있는 밥을 준다면 나는 밥을 포기했을 것이다. 멀뚱히 서있는 날 쌩까고 보스가 이동했고 담당자는 말했다. '먼저 가셔도 돼요' 결국 내가 오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보스가 본인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는지 그런 것까진 모르겠다. 그냥 모르는 사람들을 인솔하고 내 차에 태워서 식사장소까지 이동해야 되는 게 이골났다.


차라리 누군가를 태우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누굴 태웠다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기사노릇을 내차로 하고 있는 꼴이었을 것이다. 가관은 식당으로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차를 돌리라고 했다.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대답하고 차를 돌려 가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와서 식당으로 가도 된다고 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현타가 와서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진하게 내려마셨는데도 화가 가시지 않았다.


식사장소에서는 보스를 마주쳐서 또 핀잔을 주었고 보스는 미안하단 말을 했다. '보스는 미안하단 말만 잘하죠'라고 담당계장에게 욕을 했다. 계장은 '아유 같이 차 탔는데 미안하단 말을 열 번 하더라. 좀 참아'라고 했지만 여전히 분이 가시지 않았다. 맛있는 식당이라지만 맛을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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