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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같은 사람이 승진하는 거야

by 강아

승진시즌이다. 안될걸 알고 있으면서도 안 됐을 때의 절망감을 다시 겪긴 싫다. 상사와 면담이 있었지만 대놓고 승진을 말하긴 꺼려졌다. 승진을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티오는 정해져 있다. 관리자는 그중 대상자를 몇 정해놓고 나머지의 점수를 깔아야 한다. 그 성과란게 측정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런 성과는 더 잘 드러내는 사람이 가져가기 마련이다. 자기 어필, 내가 이런 걸 했어요 소문내고 보여주는 것보다 어릴 때부터 나는 주어진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성과에선 쇼잉이 필요했고 사람과의 첫 만남에서도 나를 드러내기보단 주로 듣는 입장인 나로서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늘 회의를 다녀오는데 상사가 주무관을 평하는 것이었다. '주무관은 말이 없고 사무관이 뭐라고 해야 그때서야 말하더라'라고 말하기에 '나서기 싫어해서 그렇지 다 생각이 있다'라고 정정했다. 상대적으로 말하지 않는 사람들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로 인해 평판이 새겨지며 그걸 누군가 정정해주지 않으면 그건 그대로 굳어진다. 나는 주무관과 같은 과였기 때문에 그녀의 특성을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 년 전 팀에서는 기존 무리를 형성하고 있는 계가 하나 있었다. 담당 팀장은 나와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였지만 나보다 나이는 많은데 경력직으로 늦게 입사한 사람이 한 명 있었고, 공교롭게도 그쪽 계가 그보다 모두 나이가 어렸고 게다가 여자였다. 성별로 갈라 치기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남자는 지배하기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고 여자후배들은 관계를 중시하는 스타일이었다. 그가 하나의 사이트를 맡아 총괄 업무를 맡았고 나는 늦게 팀에 합류해 해당 총괄사업 내의 꼭지를 맡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보다 선배이고 결혼해서 나이가 40 중반인 여자가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녀가 직제순으로는 선배였기 때문에 업무분장표에는 그녀가 최상위, 그리하여 앞선 지배적인 남자는 그 이하에 속할 처지가 되었다. 그는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빨리 팀장 되고 싶다. 사람들이 더 많이 퇴사하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회사는 기존직원보다 신입직원에게 박한 처우로 지속적으로 인력이 유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본인 위에 누가 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담당 팀장에 대한 그의 태도는 보이지 않은 선을 넘을락 말락 했다. 그러다가 본인 위에 있는 여상사를 못 견디겠는지 나와 트레이드하면 어떻겠냐는 말을 하러 그가 밥을 산다고 했다. 그래봤자 회사돈으로 먹는 밥이었지만, 여후배들을 시켜 그 안건을 꺼내 의중을 물어놓고서 내가 알았다고 하니 그는 돌아오는 길에 또 남자팀장에 대한 뒷담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 대한 반박을 하고 돌아섰고 그는 승진시즌에 열심히 야근을 하더니 승진이 되었다. 정말 더러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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