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내놓고 매물을 알아봤다. 토지거래허가로 용산이랑 강남이 막혔다. 그전에 지금 아파트값이 오르길 기다린다고 손 놓고 있었던 게 아쉽게 느껴졌다. 기회는 계속 있을걸 알지만 마음이 조급 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차선으로 다른 지역을 알아봤는데 매물 봐야 알겠지만 좀 더 기다려볼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회사에서 할 일이 있었지만 왠지 하기가 싫어 손 놓고 있었다. 한 주의 말미가 되면 약간 느슨해지곤 하는 것이다. 상사는 직원이 회의물품 사러 나간다 하니 가지 말라고 했고 그런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는 게 꼴 보기 싫었다. 직원 알력에 의해 자기주장 강한 사람에겐 결국 져주면서 약해 보이는 인간에겐 강경한 걸 보고 인간은 강약약강이구나 보면서 깨닫는다. 사실 그렇게 나갔다 오는 게 농땡이 치러 간다는 것을 나도 알고는 있다. 나라면 어떻게든 가야 한다고 악을 썼겠지만 나라면 그냥 배달을 시켰을 것이다. 그런 장을 보고 그런 것들이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진다. 그것도 그쪽계장이 나간다 했을 땐 아무 말 못 하고 그 직원이 간다고 하니까 거절하는 꼴이란.
상사는 왜 이리 감정적인지 모르겠다. 지 기분 안 좋으면 지랄하다가 좋을 때는 여기저기 말 걸고 다닌다. 어느 직원은 회사에 있는 시간 반, 자리 비우는 시간 반인데 그렇게 따지면 나도 회사에 있는 시간 8시간을 항상 일하는 건 아니지만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남들도 나를 어떤 측면에선 그렇게 보겠지. 가령 남들이 다 일찍 나가니까 나서는 점심시간 같은 것도, 상위기관은 더 일찍 나가는 사람도 있는 걸 보지만 그건 일부이고 시간을 맞추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집에서 냉장고 음식을 비웠는데 텅 비어 가는 건 좋지만 냉장고에 한번 들어간 음식은 먹기 싫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매번 매식을 할 수도 없고 희대의 난제다.
집에 와선 바질페스토를 빵에 발라 먹었다. 간단하게 한 끼가 해결됐고 요가를 다녀왔다. 고대하던 사업의 발표평가가 다가왔지만 아직 감이 없다. 발표자료를 만들고 발표를 하는 걸 시뮬레이션해 봤는데 왠지 될 거란 기분 좋은 감각이 드는 건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고 그런 걸 예민하게 촉수를 뻗어 받아들인다는 데서 기인한다.
주식이 폭락하기 전에 팔았다. 예전에는 장기투자한다며 끝까지 갖고 있었겠지만, 이제야 시장을 알게 된 것 같다. 남을 따라가서는 절대 우위에 서지 못한다. 나 자신이 깎여나간다며 나 자신을 비난하기도 여러 번이었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다. 당당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