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는 무난하게 끝났다. 다만 계장이 저번에 왜 결혼 안 하냐고 묻던 게 그 사람 볼 때마다 생각이 나서 종내에는 그가 싫어지고 말았다. 그 말만으로 그런 건 아니다. 언뜻 보이는 계급의식, 그런데 그런 기질이 여성상사에게는 보이지 않게 행동하지만 아래직원들과 이야기할 때 나오는 기질은 숨길 수 없다. 남자는 결혼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열등한 계급이 되니 결혼하려고 악을 쓰고, 결국 그들이 원하는 건 섹스와 밥이 아닌가? 여자는 돈 때문에 상향혼 하려고 하고 진짜 사랑은 어머니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뿐인 것 같다.
즐거운 금요일이었지만 주말에 할 일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었다. 뭘 하고자 하는 의욕이 꺾여서 집에선 투자책을 좀 봤다. 그러다가 선정되지 않은 사업 건을 생각했고 그것 때문에 디프레스 되어 있는 것 같다. 음식을 할 에너지는 없어 반찬가게에서 장을 봐 왔고 먹으니 식곤증이 왔다.
세상은 힘겹기만 하고 어쩌면 삶은 버텨내야만 하는 고행인지도 모른다. 명품으로 과시하려는 자는 내면에 결핍된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고 사람들은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제도에 순응하며 나이가 들어간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엔 '이렇게 사는 게 내가 원하던 삶인가?'를 묻는다. 아이를 낳는 것도 남들이 아이를 낳으니까 낳았는데 본인은 모성이 없는 사람임을 뒤늦게 깨닫고 그런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난 내가 누구보다 소중해서 아이에게 사랑을 쏟으면 그로 인해 내 시간이 없어지는 걸 못 견뎌할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
그냥 모르겠다. 어떤 게 잘 사는 삶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살아있으니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다. 힘을 좀 빼고 싶은데 그럼 그 무료함에 또 채찍질할 나를 알아서 그것마저 피곤하다. 주말엔 쉬어도 되는 건데 또 미친 듯이 뇌리를 굴리고 있겠지. 자연을 봐도 그때뿐이고 좋은 음악을 들어도 그렇다. 돈을 안 벌어도 되는 환경에서 내키는 대로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