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이 잡쳤는데, 이유는 업무상으로 엮인 사람 때문이었다. 기관 내 정보화사업 총괄을 맡고 있어서 그걸 상위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사업 담당자에게 받아서 그걸 전달하는 과정에서, 신규사업이고 개발비가 2억 이상 포함되어 있으면 그 사업은 상위에 보내서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 차장이 보내온 과업에는 기능점수로 5천만 원이 들어가 있고 M/M로 3억이 들어가 있었다. 맨먼스에 개발비가 7천이 들어가 있고 나머지는 인건비였는데, FP만 볼 것인지 맨먼스의 개발비도 포함할 것인지 애매해서 그에게 물어봤다.
그는 펑션포인트가 5천만 원이므로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사업 담당자에게도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 지 일주일이 되어서 그는 다시 전화를 해왔다. 기관별로 협의 대상인 엑셀 파일을 보내는 건이 있었는데, 거기에 포함되지 않자 '연초에는 한다고 했으면서 왜 리스트에 빠졌냐'라고 한 것이다.
'그때 대상이 아니라고 하셨지 않냐'라고 하니 '근데 M/M가 들어가 있지 않냐, 리스트에 포함해서 달라'라고 하는 것이다. 그때도 '왜 말이 바뀌느냐'라고 하자 그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식이었다. 메일 보낸걸 증거로 보여주니 '아무튼 포함해서 달라'라고 했다.
그와 대화하는 모두가 그보고 성격이 좀 그런 거 같다고 평하고 전화할 때 화를 내게 됐다. 그건 그의 뻔뻔함과 오만함,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는 오리발 등으로 인해 그런 것이었다. 2번째 문의를 그가 했을 때에도 나는 역시 그의 태도 때문에 신경질이 나고 말았고 그로부터 또 일주일이 있어 연락이 온 것이다.
그는 '맨먼스에 개발비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냐'라고 물었다. 그때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가 다시 대상이라고 말을 전달한 사업 담당자에게도 미안했다. 내가 이 안하무인한테 대상이 맞냐고 물어본 것은, 내가 틀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다시금 물어보기 전에 그도 상위한테 확인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때마다 말이 달라지면서 왜 그러냐고 물으면 기억이 안 난다고 그러고, 처음에 메일을 보냈을 때 확인해야 할 사항을 하지 않아 몇 번이고 담당자를 다그치면서, '그럼 하는 역할이 뭔가요. 기관 총괄 아니에요?'라고 묻는 그의 당당함에 나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소리를 질렀고 그는 왜 소리치냐고 했다.
사업 담당자가 휴가 갔다고 해서 내게 전화했다는 그는 '이 차장 목요일에 돌아온다는데 그럼 그때 물어봐야죠'라고 했다. 그가 급하지 내가 급한가. 전화를 힘차게 내려 끊는 그의 전화에 '앞으로 이 업무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환멸이 들었다. 공사 중인 사무실 때문에 조퇴한다고 회사를 빠져나오면서 피아노 학원에 갔다. pathetique를 연주하며 또 연주가 마음대로 안되자 또 스트레스를 받았다. '세상일이 맘대로 되는 게 없구나'하며 레슨 한 달 이용권을 결제했다. 그래도 피아노를 칠 때면 회사에서의 느낌과는 확실히 다르게 만족스럽다는 건 알겠는데 진로를 바꿔야 하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 답답하기만 한 하루였다.